화원조성(2)
펜스를 두른 뒷쪽에는 도수로가 있어서 큰 물이 질 때
주택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동산처럼 뒷쪽이 높게 조성을 하였다.
경사진 지형적 조건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계단식으로 만들어 본다.
외국의 가파른 산지에 조성한 계단식 농경지 사진을 보면 그 아름다움에 탄복한 적이 있다.
자연적 악조건을 피땀어린 노력으로 일군 인간의 의지가 만들어낸 걸작이리라.
그런 경험이 바탕이 되어 나도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막돌로 마치 논두렁처럼 만들어 본다
처음 조성할 때 큰 화강암 세개를 배치하였다.
천지인의 삼재를 상징하는 돌이다.
아래 사진의 가운데 솟구친 바위가 하늘이고
왼쪽의 낮고 평평한 바위가 땅이고
하늘의 오른쪽에 있는 돌이 사람의 형상이다.
이 돌 3개를 구하기 위해 돌무더기를 며칠이나 보면서 찾아낸
내 나름으로는 역작인 셈이다.
아무렇게나 생긴 막돌에도 멋스러움이 있다.
나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치졸한 형식으로 산골의 화원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야말로 농부가 밭일을 하다가 파낸 막돌을 엉기성기 쌓아놓은 듯한......
그래서 누가 보아도 형식에 구애됨이, 누구라도 할 수 있어서 거무감이 생기지 않는......
선사의 형상을 한 돌들이 마주 보고 있다.
앞 냇가에 나갔다가 주운 돌로 선사의 형상을 취한 돌이다
수석하는 이들이 보면 아무 가치도 없는 돌이지만 그건 내 기준이 아니다.
내 뜰은 사유의 정원, 침묵의 정원이 되고 싶은 내 의지의 소산이다.
선묵유거의 분위기를 풍기고 싶은 것이다.
나는 두 돌이 마주 앉아 잇는 형상을 좋아한다.
음양의 조화가 무의식에 자리한 것인지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성인지........
3단식 계단형 화원에 여러 종류의 꽃들을 옮겨 심는다.
농산리 고향의 옛집 앞 쪽에 큰 야생화 농장이 있어서
올해도 작년처럼 어린 모종들을 한아름 데리고 와서 심는다.
아직은 어린 모종이라 보잘 것 없지만 몇달 내로
원기왕성하게 자라서 가지가 벌고 뿌리가 늘고 예쁜 꽃을 피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