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즐거움

잡초를 뽑으며

청곡2 2018. 5. 8. 07:00

전원생활을 하는 이들은 입버릇처럼 잡초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한 어떤 이는 그런 전쟁을 피하기 위해 주택 외부를 온통 시멘트로 도배를 해 놓아

풀 한포기 자랄 공간 자체를 없애 버렸단다.

취향의 차이를 인정하지만 나로서는 좀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땅빈대(비단풀) 


전원생활의 진정한 묘미한 자연과 함께 살며 자연을 따르고 배우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일인데

풀을 뽑기가 귀챦아서 흙 한 뼘 없는 마당을 만든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잡초와의 전쟁을 말하는 이들의 심경을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다.

570평의 땅에 집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풀이 자라는 공간이니 풀을 뽑아내는 일이 힘이 든다.

잔디밭이라고 해서 잔디만 사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물정을 모르는 초보자들이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씨앗들이 어딘들 착륙하지 못하겠는가!


가막사리



 

바람이 부는 까닭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바람이 구부린 등에, 오무린 겨드랑이에

달라붙은 풀씨들을 보았거든요.

 

멀리 멀리 가서 자손만대를 이어가야 한다며

제 고향, 제 어미 곁을 떠나는

풀씨들의 결의에 찬 얼굴을 보았거든요.

 

바람결에 제 운명을 위탁하고

장도(壯途)에 오르는

메이플라워호에 탄

필그림파더스 같았거든요.



방동사니


그러나  꽃과 나무와 농작물들을 심고 가꾸고 수확하자면

땀과 성의로 풀을 매야 하는 법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대자연의 이치인 것인데........


바람결에 실려 온 뭇 남정네들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땅은 가임 여성이요 순결한 성모다

그래서 대지는 여러 풀들의 공생의 터전이다.

자애로운 대지는 여러 풀들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은총은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다.






한삼덩굴아, 바래기야, 도트라지야

잡초라고 해서 미안하구나.


바래기야 달개비야 비름아

번듯한 네 이름을 놔두고 잡초라고 해서 미안하구나


방동사니야 가막사리야 땅빈대야

잔디밭에 착륙한 것도 죄라고

잡초로 몰아붙여 미안하구나.


질경이야 클로바야 사래야

천만년 고유한 너를 잡초로 푸대접해서 미안하구나.

 

나의 소욕에 의해 구분이 생겨

잡초로 매도해서 정말 미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