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노송
큰 스님을 친견하고 가르침을 얻기 위해 천배를 한다더니......
화양노송을 친견하는 길은 수고와 번거로움이 따른다
심산유곡의 은자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수월하지가 않다
좁은 산길은 포장이 되었지만 경사가 가파르고 커브가 심하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다니......
놀라움으로에 바라보는 작은 마을은 엉겅퀴처럼 꿋꿋하다
마을 공터를 도배한 현수막에는 축사로 인한 고통과 분노로 충혈되어 있다
거목은 곳곳에 더러 있다
성장 속도가 빠른 나무가 좋은 토질에서 보호를 받으면 수령이 쌓일수록 거대한 나무로 자란다
그러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려면 일반적인 조건을 넘어서는 행운이나 운명적과도 같은 계기가 있어야 한다
나무가 유명세를 타고 널리 회자되기 위해서는
외형적인 거대한 몸집과 수령, 특이하고 아름다운 수형이라는 객관적 조건 이외에
사람들과의 특정한 관계와 시대적,지리적으로 연관된 스토리가 반영될 때이다
승용차에서 내리자 언덕 위의 마을 아랫쪽에 당당히 자태를 드러내는 거목 한 그루다
수백년의 장구한 세월이 켜켜이 쌓인 노송 한 그루에 탄성이 나온다
가부좌를 튼 큰 스님처럼 이 골의 산신령처럼......
오느라고 애 썼다는 무언의 격려를 들으며 품에 안긴다
천의 손을 지닌 보살인가
장생의 비법을 터득한 신선인가 창공으로 뻗으며 성장하고 영역을 확장하며
충천하던 야망과 기개가 살아서 꿈틀거린다
마치 용트림하듯 분출하였구나
사백년 왕국의 일주문은 천길 뿌리 내린 암반처런 강건하다
바람 잘 날 없는 내우외환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건만
거북등처럼 부르트는 살갗은 어찌할 수 없었구나
노송은 이미 나이를 잊었다
장성하려던 꿈도 오래 전에 이루고 이제는 관을 썼구나
도를 통해야 씌워준다는 최고의 관모를 썼으니 영광을 누린다
이제는 화양리 둔덕에 앉아 바람에 솔향기 날리고 있다
처진 가지들은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하려는지 돌아온 길을 되돌아 본다
스쳐간 세월, 땅의 숨결과 햐기가 그리워 가지를 낮추고 있구나
늙어갈수록 그리운 것은 인적인 것인가?
이 마을의 터줏대감으로 살아온 장구한 세월
인간계의 부침과 쇠락과 애환을 목도하다 성황당이 되었구나
정안수 올리고 기도하며 금기줄 두르고 외경의 대상이 되었구나
노송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다
노송은 늙어도 죽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