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아로니아/품삯이야 선물이야

청곡2 2018. 8. 15. 05:30

 


 

복부와 팔이 벌겋게 변하며 오돌토돌하게 돋아나는 발진들로 가렵다

잘못된 음식 섭취로 인한 알러지인가 싶어 곰곰 추적해 보아도 마땅하게 집히는 것이 없다

혹시 밭에서 일을 하다 벌레에 의한 독성인가 싶어 의심도 하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하룻밤을 가려움을 참다가 긁다가 불편하고 보기에도 딱한 상태로 지내며 곰곰 생각을 하니 답이나온다

 

땀띠다

인터넷 자료로 증상과 비교해 보니 의심없는 땀띠다

 

온 나라를 흔들고 민심을 들쑤시는 폭염이 내 개인생활에 까지 피해를 끼쳐온다

지난 사흘동안 친구의 밭에서 아로니아를 따는 일을 했었다

200여평에 가득 심은 아로니아를 따는 작업을 매년 거들어 주고 있다

중환을 잃고 있는 처를 몇 년째 뒷바라지 하는 친구라

한여름 더위를 마다 않고 내 일인 것 처럼 거들어 주고 있다.

 


아로니아는 가장 더운 날에 수확을 해야 하므로

아침 5시반 부터 작업을 해서 열시까지 열매를 따고

이후에는 집에서 열매를 손질하고 포장하는 일이다

 


친구는 매일 내게 아로니아를 한 박스씩 준다

받을 때마다 나는 '이게 뭐꼬?' 라며 농을 건다

농담의 진의를 파악하려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

「품삯이여,선물이여?」라고 2지선다식으로 물으면

눈치 빠른 친구가 빙그레 웃으며

「선물이지」라고 하며 서로 유쾌하게 웃는다

품삯이라고 하면 「안받아」라고 하며 눈을 흘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폭서에 땀띠로 며칠간 배를 득~득 긁어대며

울긋불긋한 단풍이 든 몸으로 지내야 하는데

품삯으로 받았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