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아가씨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어디서 들려오는 이미자의 노래는 엘리지의 여왕이라는 찬사답게 비탄과 비애로 마음을 적신다
한의 정서는 살아온 세월의 깊이에 비례하는 것인지.....
나도 어느 새 외롭고 가난하던 고모처럼 엘리지에 젖어들게 된다
나는 노래에 몰입하며 노랫 속의 동백아가씨를 따라가 본다
사랑은 믿음이기에 그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다
굳이 언약하지 않아도, 징표를 만들지 않아도 되었다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자타의 벽을 허물고, 현실과 이상이 혼연일체가 되어버린 순정이다
누가 어리석다 말하는가?
아! 백일의 기도로 피운 꽃이 고작 사흘 만에 지고 마는가!
이 여인은 개화한 꽃이 아니다
그래서 아름답고 화려한 행복을 구가하는 것이 아니다
꽃잎을 죄다 떨구고 다음의 영화를 기다리는 속절없는 마음이다
짧은 순간의 추억을 되새기며 재림을 꿈꾸는 간절함이다
말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
참고 견디며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여인!
기다리기 위해 맺어진 사랑인지
운명 앞에서 오로지 인내하며 순종하는 여인!
가혹한 운명 앞에서 담대히 개척하기 보다는 때를 기다리며 한없이 낮아지는 여인이다
격정에 몸부림 치며 토로하며 현실 상황을 개선하기 보다는 믿고 기다리는 온유한 마음을 가진 여인이다
여인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현실의 장벽은 높고 험하다는 것을,
현실 극복의 의지와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오롯한 마음 하나로 기다린다
어떤 고난이 다가와도 자신은 결코 변함없는 지조로 기다린다
멍들고 쓰라린 가슴을 부둥켜 안고서도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
소리내어 울지 않으리라 그것은 좌절이요 체념이므로
그리움으로 깊어진 동공에 앙다문 입으로 두 손을 모아 기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