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감상 - 차마시는 여인
현대인들은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멋진 장식과 고급스런 분위기에서
연인이나 친구들과 함께 향과 맛이 좋은 차를 마시는 일이 다반사다
세상을 화제로 삼아 대화를 하다보면 왁자지끌해진다
정치판이 화제에 오르면 성향이 다른 이들 간에 언성이 높아지기도 할 것이다
세간에 떠도는 대중 스타의 신변잡사를 까발리며 재미를 만끽하기도 한다
샤르댕의 「차 마시는 여인」을 감상한다
그림 속의 한 여인이 혼자 식탁에 앉아 차를 마신다
고급스럽거나 특별한 일이 아닌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이다
테이블과 의자, 차주전자와 찻잔이 한 세트가 아닌 싸구려로 보인다
식탁의 반쯤 열린 문, 장식없는 벽, 약간 어두운 분위기가
현대인들이 선호하는 찻집과 비교하면 시시하기 짝이 없다
찻잔에서 뜨거운 김이 나오는 걸 보면 차를 마시기 시작하는 현재의 순간을 영원화한다
계란 같은 피부색에 살이 통통한 여인이 편한 표정으로
세로의 녹색 줄무늬가 있는 상의를 입고 쇼울을 둘러 단정한 차림으로 차를 마시고 있다
너무 평범하여 보는 이들은 오히려 의아할 것이다
(작가가 무얼 말하려는 것이지? 헛참)
소박하고 평범한 삶 속에서 누리는 휴식으로 여인은 편안해 보인다
차를 마시는 시간은 바쁜 일에서 벗어난 여유로운 시간이다
일상의 속박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사막의 오아시스다
아마 여인은 혼자서 차를 마시며 자신의 일상적인 삶을 돌아볼 것이다
사소한 일에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보람을 느끼기도 하며 때로는 아쉬움에 젖기도 할 것이다
휴식은 노동 후에 더욱 값지다
우리는 대체로 특별한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오래 기억한다
이 그림은 우리가 평소에 수없이 맞닥뜨리는 흔한 상황을 제시하며 간과하고 있는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다
언뜻 마조 스님의 일상선 개념이 연상된다
도에 이르기 위해 좌선하지 않고도 평상심을 가지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평상심이라는 것은 억지로 조작하지 않고 시비를 가리지 않고 가려서 취하지 않고
끊고 유지하지 않고 성과 속이 없는 것이라 한다
何謂平常心 無造作無是非 無取捨 無斷常 無凡無聖
혹시 이 여인이 이런 평상심을 가진 분일지 모른다
차를 마시며 일상선을 맛보는 다선일치의 높은 경지를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