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달개비처럼
청곡2
2018. 9. 13. 07:00
뜰에 달개비를 따로 심은 일이 없는데도 달개비가 지천으로 자라서 무리를 이루고 있다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뿌리째 뽑혀도 땅에 코를 박고 생명줄을 이어가는 강인한 근성을 지니고 있다
몸에 숱한 마디를 가지고 있는데 마디에서도 뿌리를 내리니 바위 위에서도 능히 살아갈 투지의 풀이다
너무 번식이 왕성해서 엉키고성킨 줄기를 걷어내다가도 파란 하늘같은 옷을 입고 노란 얼굴을 한 앙징스런 모습이 귀여워서 그만 두고 말았다
달개비가 무리지어 있는 모습을 보다가면 연상되는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국민학교 시절의 우리 교실에 올망졸망한 눈망울을 굴리며 앉은 60명이 넘는 친구들이다
콩나물 시루 같은 교실에서 선생님의 위엄만으로도 질서와 평화를 누리던 꼬마들은 이제 초로의 문을 넘는다
전쟁의 참화를 겪고 궁색한 살림에 키울 걱정이며 계획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이
생기는 대로 낳는 것이라며 집집마다 대여섯 남매를 예사로 두었었다
그 시절 우리는 자연에서 호연지기를 배우며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었지 달개비처럼
헐벗고 굶주림을 견디며 초롱초롱한 희망을 품고 자랐지 달개비처럼
부잣집의 외동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행운은 갖지 못했지만 기죽지 않고 당당했었지 달개비처럼
왜소한 몸집,부르트고 때 낀 손, 버즘 핀 얼굴에도 순박하고 해말간 눈망울은 반짝반짝 빛났지 달개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