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장작을 패며

청곡2 2018. 12. 2. 19:18


 

먼 남쪽의 어느 산에서 잘린 참나무가 우리 집 난로의 땔감이 된다

이런 일에도 인연이 작용하여 주선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새롭게 되고

우연으로만 돌릴 수 없는 사건들이 생겨난다

 


군소리 한 번 하는 일 없이 베어진 나무가 생채기 난 채 참나무들은 제 몸을 마지막으로 보시하려고 한다

나무를 자르고 패서 바싹 말리려 한다

엔진톱 맹렬한 소음만큼이나 강력한 회전으로 나무의 몸통을 썰고

내 근력과 의지를 담은 육중한 도끼가 나무의 몸통을 쪼갠다

 


나무의 결을 따라 강한 힘이 실린 도끼날을 밀어 넣으면 큰 저항없이 속살을 열어 젖힌다

쿵 쿵 도끼가 나무를 파고 드는 소리와 함께 완력을 집중하여 내리꽂는 도끼질에는

묘한 재미와 성취감이 있다

나무들은 한결같이 애원을 한다

 

도끼를 든 사내여

정력이 센 남정네는 헛도끼질이 없다오

역발산기개세의 힘이면

단 한 방만으로도 충분하리다


 

장작더미어 차곡차곡 쌓인 나무가 바람과 볕에 마르고 난로에 가서 누울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에서 온 생애의 기억이며 흔적과 함께

육신을 사르고 존재의 저 편에 있는 허무로 돌아갈 것이다

아쉬움도 슬픔도 없이 불길은 무언의 춤사위로 보여줄 것이다

 

제 몸을 태워서 열을 내고

그 따뜻함을 내게 주고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