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청계천의 뒤안길

청곡2 2018. 12. 13. 07:00

요즘의 청계천은 관광의 명소로 변신했다

도심을 흐르는 오염된 하수가 흐르던 지천을 풍광 좋은 자연공간과 문화공간으로 변모시켜

휴식과 산책의 장소로 만들었으니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다


 

그런데 땅에도 사연이 많은 법이라 예전의 청계천에는 암울하고 처절한 가난으로 몸부림 치며

하루하루 고된 삶을 연명하던 때가 많았다

이런 삶의 역사를 바르게 앎으로써 현실을 직시하고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청계천은 걸인배들의 꼭지라는 집단 조직이 있었다

 성종대에 큰 흉년이 들어 끼니를 잇지 못하는 무리들이 청계천으로 몰리게 된 것이다

추정해 보면 청계천에 있는 다리 아래에서 비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걸인들은 왜 모여 살았을까?

서로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살면 위안이 되고 의지가 될 뿐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리들 중에서 힘깨나 쓴다거나 영향력이 큰 두목이 있어 꼭지단이라 했다


 

꼭지단은 자기들의 영역을 지키며 집단의 이익이나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고 다투기 일쑤였다

이들의 생활고가 극심해지면 소요사태가 발생하여 사회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관아에서 개입하여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정책적 배려를 했다

이를테면 권세를 누리는 집에 경조사가 있을 때 음식 유출을 막기 위해

이들 조직을 이용하고 추후에 댓가를 지급하였다

그리고 국가나 민간 의료기관에 공급하기 위해 약재의 재료 공급에 우선권을 주기도 했다

요즘의 표현으로는 생활이 어려운 계층에 베푸는 복지정책인 것이다


 

삶의 가장 밑바닥에 선 걸인들이었지만 이들에게도 인간으로서의 자존과 양심이 있어

구걸을 할 때도 처지가 어려운 집은 피했다고 한다

그리고 선심을 베풀어 준 집의 경조사시는 노력동원으로 신세어 보답하었다고 한다

 

우리의 땅에도 역사가 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숱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있다

그런 삶에서 오늘날의 삶이 파생되었고 미래의 삶으로 이어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