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창현 박종회 화백의 만추후원 감상

청곡2 2018. 12. 21. 05:30

 

창현 화백의 2018년 개인전에 출품한 만추후원을 감상한다

 

만추의 뜰은 자칫하면 을씨년스럽고 황량스럽다

이제는 양에서 음으로 돌아가는 시절이다 따뜻함은 추위로, 채우던 것을 버리고 비운다

그 많던 꽃들은 지고 나무는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잎을 죄다 털군다

 

호시절에야 장삼이사 같은 민초들도 나름의 풍미를 뽐내건만

만추의 형극을 견디지 못하고 영화는 지고마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다행히 이 후원은 지조와 기품을 지닌 선비 같은 국화가 있어 꽃을 피우니

국향이 은은하다

국화의 꽃의 외관으로 군자의 반열에 오른 것이 아니다

가혹하기 이를데 없는 추상을 견디며 꽃을 피우는 인동의 기상 때문이다

원래 군자는 위기의 사태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국화꽃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지 마라

군자의 옷자락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인품의 향기가 묻어올 것이다

 

국화는 민가를 동경하지도 비옥한 땅을 탐하지도 않는다 

다만 옆에 듬직한 바위 하나만 있어도 뿌리내리면서 주위에 향기가 된다

 

새 한 마리가 잠자리를 노려보는 눈매가 매섭다

평화롭기만 한 화면에는 돌연 긴장감이 솟아난다

대자연의 질서는 낭만과 평화만이 아니다 그 대척점이 있으며

그럼으로써 양극단이 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