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새해 복을 많이 받으라는 말에 대하여
청곡2
2019. 2. 6. 16:00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인들이 가장 흔하게 주고받는 원단 덕담이다 그냥 의례적인 설 인삿말이지만
우리의 의식 구조에 내면화된 전통사상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체 누가 복을 준다는 말인가?
복을 주는 주체가 생략되어 있는데 사람이 준다고 여기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알 수 없는 신비한 힘이나 초월적인 권위가 인간사에 개입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하늘이나 신령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로또에 당첨되는 것도, 수백 년 묵은 산상을 캐서 횡재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 신령한 힘이 도왔다고 믿고 있다
새해가 되면 부모와 고향을 찾아가는 민족의 대이동이 해마다 다큐멘타리처럼 현실화된다
그리고 대부분이 차례를 지내며 죽은 조상을 추모하고 혈연적 유대를 강화시킨다
제사는 색다른 시선으로 보면 고대의 박수나 무당들의 제사를 현재에 재현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조상의 혼령을 모시고 경건하고 엄숙하게 절을 하는 모습은 고대의 박수, 무당을 연상하게 한다
평소에는 세상살이로 찌들고 탁한 마음을 향불로 정화하고 신명의 강림을 재현하고 있다
21세기 첨단 과학이 일상화된 지금은 합리적 이성이 지배하는 시대다
그러나 복을 많이 받으라는 의례적 덕담이나 조상의 혼령 앞에서 제사 지내며 재계하는 모습을 보면
신화의 미신이 혼재하고 이성과 신화가 묘하게 뒤엉킨 시대를 살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