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프로에서 아마추어로 : 김희중씨 이야기

청곡2 2019. 3. 4. 22:32

  

오늘 TV바둑 을 보노라니 김희중씨가 모교를 대표해 선수로 출전해서 승리에 기여한다

70세의 고령에도 속기로 두는 걸 보면 타고난 기재가 출중하다

그는 아마츄어 바둑대회에 곧잘 참가하여 때로는 이기고 또 지기도 한다

 


일반적인 사고 방식으로 보면 한 마디로 그는 괴짜다

프로 바둑 기사라면 모두가 부러워하는 바둑계의 전문가다

한 시절 기왕전의 사나이로 불릴만큼 기전 우승 기록까지 가진 관록을 지닌 그가 바둑계를 홀연히 떠났다

 


프로 기사는 바둑을 낭만이나 재미로 여기지 않는다

한 판 한 판이 랭킹에 반영되고 수입과도 직결되니

온 정신을 쏟아부어야 하는 고군분투의 과정이다

더우기 어린 나이에 오로지 바둑이란 외 길을 택해 승부사로서의 기량을 닦는

어린 기사들에게 대국해서 이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이런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일탈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본인 나름의 속사정이 있겠지만 그는 진정한 바둑 애호가인 것이 분명하다

바둑 9단에 기전 우승자란 기록은 기사로서의 더 없는 명예요 명분이다

그런 명예와 명분을 지켜가기 위해서는 끝없는 공부와 합당한 욕구 절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가치보다는 마음껏 바둑을 둘 수 있는 자유와 낭만을 선택한 것일지 모른다

 

프로 9단도 아마츄어 기사에게 질 수 있다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은 호방함과 솔직함에서 우러나온다

사실 연로하고 공부에 소홀하면 성적이 좋은 아마기사에게 얼마든지 패할 수 있다

그러나 체면 때문에 대국을 기피하는 경우가 소수이겠는가?

 


김희중씨는 왕년의 성적과 명분보다 바둑의 낭만과 재미를 택한 사람이다

프로기사로서의 신분을 버림으로써 주어지는 무한한 자유와

솔솔한 재미를 한껏 만끽하는 존재적 삶이라고 볼 수 있다

 

그에게 바둑은 승부을 결하는 치열한 싸움이 아니라 반상에서 펼쳐지는 재미있는 놀이인 것이다

성적에 치중하는 째째한 승부사가 아니라 승부를 초월한 낭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