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2 2019. 5. 12. 10:19

 

연산홍 선홍색 꽃잎이 묽어지자 불두화가 탐스럽게 피어난다

자연은 피고 질 때를 알며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다

이런 대자연의 섭리를 조금이나마 깨달아 가기에 낙화한 꽃을 애통해하지 않으며 개화한 꽃의 화려함만을 취하지 않는다

 

석가탄신일인 오늘 불두화를 경건함으로 바라본다

이맘 때 백설 같은 다발을 수없이 피워내니 석가모니의 나발(소라 형상을 띤 꼬불꼬불 말린 머리카락) 같다 하여 부처님의 머리같은 꽃이란 불두화란 이름을 얻었으니 복되기도 하구나

사찰마다 불두화가 많으니 경건함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리라

 

아마도 가부좌를 틀고 불교의 참진리를 얻기 위해 고행을 하던 부처님이 외양에 신경을 쓸 겨를이 어디 있었을까?

머리칼이 뒤엉켜 나발이 되었음을 유추하며 열반에 이르기 위한 치열함을 배우게 된다

 

불두화는 백설을 토해 놓은 것 같다는 설토화란 표현이 마음에 와닿는다

예전에 살던 집 마당에 불두화만 한 그루 달랑 있어 회포에 잠긴다

반세기 가까이 흘러 근처로 귀향을 했지만 그 시절 가족들과 함께 바라보던 꽃이 아니라 아쉽고 그리움만 가득하다

 

오월 화창한 봄날 순백의 불두화를 어루만지다가 내 볼에 맞대며 싱그러운 향기에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