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관송(冠松) - 관을 쓴 소나무

청곡2 2019. 8. 13. 02:30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인 금수강산 어디에나 자생하는 소나무를 유심히 바라보면 관을 쓴 나무가 있다

수관( 樹冠 )은 나무의 몸통 끝에 무성한 가지가 있어 마치 갓이나 관을 씌운 듯한 형상이다

수관은 수종이나 수령에 따라 형태가 다른데 소나무의 수려한 멋을 좌우하는 점이다

장생의 관문을 통과한 낙락장송에게만 허용되는 영예인 것이다


 



수승대 무지개 다리를 건너 요수정을 지나 위천 물길 아래로 걸으면 산책로 좌우에

몇몇 장송들이 수관을 쓰고 길손을 맞아준다

<늙은 소나무가 아름답다>는 찬사에 모두 공감하게 된다



 


요즘 내가 수승대를 틈틈이 가는 이유가 바로 이런 관송들을 대하는 것이다

허리를 곧게 펴고 기품과 위엄있는 노송 몇 그루 앞에서

우러르며 감탄과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오류선생의 싯귀 하나를 되뇌인다

<무고송이반환 撫孤松而盤桓>

노송을 어루만지며 나무 주위를 서성거린다

일편단심의 서약인듯 붉은색을 띤 몸통과 가지들을 올려본다

 


(창현 박종회 선생 작품)



한창 성장하는 나무들은 욕망의 기세로 하늘을 찌를 듯 하다

그런 나무에서는 숨소리가 급하고 위세가 풍긴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관송은 숨소리가 고르고  단아하다

관송은 더 이상의 외적 성장과 성취에 무심한 달관자의 경지에 든다

그 곁에 한참 머무르며 관송의 속내를 들여다 본다


이제는 차분히 안으로 눈을 돌려 깊어지고 누르며 숙연해지려 한다

그리고 돌보지 못한 제 안의 여러 부분들을 어루만지며

서로의 차이와 갈등을 극복하고 큰 하나로 통합하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