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이쪽이냐 저쪽이냐
청곡2
2019. 8. 15. 13:03
오늘은 한 쪽에서는 광복절이라 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패전일이라 한다
이쪽은 해방의 기쁨을 소리 높여 자축하고 저쪽은 패전의 고통을 곰씹는다
여기에도 저기가 있고 저기에도 여기가 있어 여기 저기가 합종연행하며 소란하다
온갖 고함질이며 패악질이며 욕지거리들이 난무한다
고함소리가 큰 이들이 온 사방에 대고 따따부따 소리치며 제 편을 만들고 적을 만드느라 소란하다
오로지 두 편이다 이쪽은 우리가 되고 저쪽은 적으로 편을 가르고 감언이설로 선동하고 저쪽을 향해서는 날선 조롱과 위협을 가한다
가관인 것은 소리 크고 말 잘하는 사람들이 높은 곳에서 거들먹거린다
이쪽의 어떤 이들은 저쪽을 손가락질하며 목의 핏대를 세우고 두 눈이 충혈되고 저 쪽의 어떤 이들은 이쪽에 뒤질세라 열을 올리며 입에 거품이 들끓는다
이쪽의 어떤 말이 저쪽의 어떤 말과 말머리를 맞대며 웃음을 나누고 악수를 한다
그러자 이쪽의 어떤 이들이 저쪽으로 기울었다고 배신자의 낙인을 찍고 이쪽의 배신자는 저쪽의 영웅이 되는 교묘한 짝짓기가 이루어진다
나는 딴에는 이쪽과 저쪽을 번갈아 바라본다
여기에 서면 이쪽이 이 편이 되고 저기에 서면 저 쪽이 이 편이 되는....
두 눈의 정중앙을 바라보지만 때론 곁눈질을 하는 것을 어쩌겠는가?
두 다리의 한가운데로 걸어가려고 애 써 보지만 남들이 보면 내 걸음 역시 중심을 잃고 뒤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