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즐거움

채반에서 마르는 아로니아 열매

청곡2 2019. 9. 16. 13:53

 

아로니아 열매를 채반에 펴서 말린다

볕은 무한으로 쏟아지며 어떤 댓가도 요구하지 않는다

열매 속의 수분이 조금씩 증발되며 팽팽하던 몸이 줄어들고 딱딱해진다

아직 한참 더 말라야겠구나!

한 달동안이나 따가운 볕 아래의 사우나로도 모자라는구나

 

가지에 움이 트고 잎이 돋고 하얀 꽃이 피고지며 열매가 맺히던

지난 일들이 일관된 계획이고 준엄한 법이었구나

땅에 비가 내려 뿌리가 흡수하고 물관과 체관으로 수송하며 가지를 키우고

햇볕을 받아들여 양분을 공급하는 일들이 신비의 계획이었네

하나의 사건이 원인이 되어 또 하나의 사건을 만든 것이네

인연의 오묘한 작용이었네

 

부서지리라!

한 여름의 많은 비와 볕으로 영근 열매에 품었던 수분을 죄다 말려야겠다

봄날의 따뜻한 바람도 여름날의 달빛도 물 주고 거름주던 농부의 땀도 죄다 망각해야겠다

마침내 온 몸이 차돌처럼 단단하져서 방앗간 제분기에서 연한 가루가 되리라

 

그리고 누군가의 음식에 녹아들어 영원한 안식에 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