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침묵과 달변 사이

청곡2 2019. 10. 3. 01:00


말이 많은 세상이다

편을 갈라서 다투는 말은 갈등과 증오를 조장하여 마치 내전에 이를 것처럼 심각하다

 

의견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말이 필수적인 수단임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런데 때로는 과묵이 오히려 감동을 주기도 한다

언제인지 얼굴마저 잊었지만 노스님 한 분의 과묵이 오래 내 기억에 남아있다

석굴암을 정문이 아닌 산 뒷쪽을 돌아 측문으로 무료 입장하다 입장료 문제가 발생하여 난감했다

직원이 노스님에게 일러바치자 뒷짐을 진 스님이 먼 산만 바라보며 아무 대꾸도 하지 않으셨다

일부러 외면한 의도를 알아차린 직원은 굳이 입장료를 징수하지 않았다


 



현실 문제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응한 노스님의 지혜를 배운다

문제를 회피한 것이라고 원칙에 벗어난 것이라고 접근하는 것은 합리적 사고의 헛점이다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시비를 가린다

노스님은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는데 깊은 울림과 가르침으로 남아있다


 



오늘날의 우리 정치판에서 달변의 지도자는 많다

어떤 이는 말로 인해 화를 자초해서 비난을 받고 반면교사가 된다

하도 말이 많은 혼란한 세상이라 엉뚱한 생각이스쳐간다

 

차라리 노스님 같은 묵묵부답의 지혜, 소이부답의 소통방식은 어떨까?

차라리 눌변이라도 고매한 인격으로 깊은 신뢰를 받는 지도자는 어떨까?

하루 쯤 온 나라에 정치 논쟁을 못하게 하는 침묵의 날을 정하면 어떨까?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