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즐거움
소나무 - 필그림 파더스
청곡2
2019. 10. 7. 15:13
뜰의 바위 틈새나 모퉁이에서 절묘하게 뿌리를 내린
어린 소나무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마치 신대륙으로 이주한 필그림 파더스들처럼.......
메이플라워 대신 바람을 타고 하늘을 비행한
소나무 씨앗들이 정착에 성공한 것이다
여러 해에 걸쳐서 수많은 시도가 있었을 것이다
바람의 등을 올라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 기회를 놓치거나
지붕이나 바위에 떨여져 뿌리 내리지 못하거나
웅덩이에서 익사하거나 인도에 낙하해 짓밟힌 것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나는 아직 소나무 씨앗을 본 적이 없다
다만 씨앗의 의지와 성과를 보고 사유한다
이들은 모두 노마드들이다
선조의 땅에서 멀리멀리 이동하여 신대륙을 향하라는
절대절명의 과제에 응답하기 위해
도전과 모험에 모숨을 걸었음이 분명하다
이 어린 나무들이 최소한 5년은 자란 것들이다
이들이 창공을 비행하다가
이 뜰에 상륙함을 큰 의미로 사유한다
기념으로 가지를 잡아주며 내 손길로 어루만지며
소통의 리본을 달아준다
천우신조로 이 땅에 정착하였지만
또 다른 대륙을 향해 이주할 것이다
모체에서 날려 보내는 씨앗들이
바람을 탈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