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민구를 만드는 노인들을 보며
정갈하게 추린 짚으로 암탉의 횃대를 만드는 노인,
돗자리틀에 가지런히 왕골대를 넣어 돗자리를 짜는 노인,
흙반죽을 밟으머 전통토기와를 만드는 도공들
그들은 스스로를 예인의 반열에 올릴 꿈도 꾸지 않는다
그들은 또한 자신이 지닌 기술을 특별한 재능이라고 뽐내지 않는다
다만 눈썰미가 있고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칭찬만은 겸손한 미소로 받아들일 것이다
민구를 만드는 공인들은 기발한 상상력이 아니라 실용주의가 제작의 밑바탕에 깔려있다
생활에 유용한 도구를 당시의 특정사회의 공통적 욕구에 맞게 제작하는 사람들이다
특별한 재료가 아닌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로 누구나 소유할 수 있는 민구를 제작하였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외적 보상은 고작 최소한의 밥벌이와 덕담에 불과했다
생계의 수단으로서의 노동은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유희로서의 노작은 호기심과 즐거움을 제공한다
우리 역사 속의 공인들은 하층 계급에 속했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제작을 하는 노동의 의미와 가치가 재평가 되기도 한다
남이 만든 물건을 사지 않고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독특한 체험이 삶의 의미를 고양시키는 것이다
민구는 시대적 상황과 지역적 특성을 최대한 반영한 사회문화적 산물이다
그래서 민구에는 민중들의 욕구에 솔직하고 담박한 멋이 있다
괜한 허세와 치장보다는 더 많은 이들의 필요에 봉사하며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민구 중에서 고도의 기능과 기술을 요하거나 미적 가치가 높은 고급품은 민예품으로 승격한다
그런 민예품의 가치는 희소성으로 더욱 높게 평가되어
부의 증대 수단이 되기도 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