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만추의 뜰에서
청곡2
2019. 11. 3. 11:44
만추의 뜰에 애잔한 서글픔이 감돈다
아롱지듯 채색한 문양들이 저마다 다른, 감나무 잎들이 낙엽이 되어 뒹군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고운 문양이 색을 잃으며 마르고 오그라들며 부서지는 중이다
잔디 잎새에도 옅은 붉음을 띠고 있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 한 마리의 방아깨비가 초록색에 몸을 보호하며 인기척에도 둔감하다
슬쩍 뒷다리를 건드려보니 천천히 몸을 피한다
뒹구는 낙엽과 늙은 방아깨비의 쇠잔한 기력이 나를 애잔한 슬픔으로 몰아넣는다
만추는 외롭고 슬픈 계절이다
모으고 채우던 부산한 열정이 식어간다
그렇게나 집착하던 왕성한 활동과 의미들조차 의문과 부질없음으로 다가온다
가슴에 스미는 허전함과 외로움에 나를 달래며 자성의 계기로 삼으라는 것인지.....
내 마음의 뜰에 낙엽이 진다
가을의 우리 가곡을 여러 날 째 들으며
낮에도 밤에도 거닐어 보지만
여전히 외롭고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