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을 입으며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일까?
어쩌다 양복을 입는 경우가 있다
장례나 결혼 예식이 있으면 빳빳한 와이셔츠 깃에 내 목덜미를 끼워넣으며
화룡점정처럼 넥타이를 매고서야 비로소 정장의 기본을 갖추게 된다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의례요 격식인 것이다
공동체의 규준과 관습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로 여긴다
개인의 개성과 자유도 때로는 공동체의 눈치를 보며 타협하고 변신해야 한다며
거울 앞에 등장한 신사에게 빙그레 미소를 띤다
백남준씨가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관객석으로 내려가 친구의 넥타이를 싹둑 자르고는
공연장을 떠나갔다가 전화를 걸어 공연의 종료를 선언한 돌발적 퍼포먼스가 떠오른다
기존의 권위와 격식에 대한 일종의 도전이요 반항인 것이다
오늘날의 양복의 시초는 영국 왕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666년 영국왕 찰스2세의 칙령에 의해 영국 귀족의 표준 복장이 제정된 것이다
주된 것은 롱코트와 조끼, 넥타이, 가발, 무릎 바지와 모자라고 한다
그런데 이 칙령은 당시의 최고로 찬란한 문화 선진국이었던 프랑스의 귀족 복장을 모방한 것이었다고 한다
영국의 귀족은 당대 최고의 선진국이자 찬란한 프랑스 문화어 대한 동경과 부러움을 따라가고 싶었던 것이다
문화는 상향지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특별한 날에는 양복으로 정장을 해야 한다는 의식과 관습에도
근대화는 서구화라고 표현되는 서구사회에 대한 부러움과 모방 심리가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사회의 상류층을 꿈꾸는 무의식적 동기가 잠재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양복을 입으며 서양 신사를 무의식 중에
지향하는 것인지 관습적 압박감에 눌린 것인지 아리송하다
상징인지 굴레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