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하는 사회
가끔 정치인의 단식이 보도되면서 정치적인 이슈가 부각되고 세간의 호기심과 주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는 특정한 인사의 단식문제를 정치적 논평을 할 능력도 없으려니와 그럴 의지 또한 추호도 없다
다만 단식이라는 현상의 사회문화적, 심리적 차원에서 근원을 살펴보고 싶을 따름이다
단식은 밥을 굶는 행위로 이는 생명체가 생명의 유지 활동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단식에도 문맥이 다른 여러 형태가 있지만 여기서는
일종의 시위적이고 반항적인 단식을 말한다
가끔 아이도, 어른도 때로는 밥을 먹지 않겠다며 선언을 하고 행동하는 수가 더러 있다
가벼운 응석이나 투정일 수도 있고,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가진 투쟁일 수도 있다
단식은 모든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에 존재하는 콤플렉스임은 분명하다
단식은 생명체의 본능을 역행하는 부정적인 형태이지만존중 받고 싶어하는 자기애의 역설적 표출이다
유기체의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완만한 죽음의 시위인 것이다
콤플렉스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잡한 감정과 생각의 덩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콤플렉스 중에 자기학대의 콤플렉스가 있는데 개자추 콤플렉스라고 일켣는다
주군을 위해 헌신했는데 버림을 받았다고 죽음을 택한 중국의 개자추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단식은 일종의 자학이다
단식은 진정성이나 강도에 따라 가벼운 투정일 수도 있고 죽음을 담보로 한 시위요 투쟁일 수도 있다
내 가족, 내 이웃이 단식을 하면 깊은 사랑으로 다가가 단식의 고통을 공감하며
그 의도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단식에는 배고픔의 극한적인 고통이 수반되며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타인의 단식을 일방적으로 왜곡하고 매도하는 것은 야만적 폭력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단식을 찬양하는 것도 정당화 되기 어려운 것은
생명 그 자체가 결코 수단적 가치로 전락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