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밀레의 그림을 감상하며
청곡2
2019. 12. 7. 01:00
밀레의 그림 한 점을 감상하다가 내가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가 농부가 된다
이 거친 땅을 일구는 고단한 삶에 육신은 지치고 의복은 남루하지만
이곳은 내 삶의 현장이다
괭이로 땅을 파며 돌을 가려내고 잡초를 뽑아내며 쓸모있는 경작지를 일구는
육체 노동은 고역이지만 또한 기쁨으로 충만하다
누가 합리적 이성으로 이런 삶을 단정지어 평가한다면 우매한 짓에 불과할 것이다
삶이란 오묘하고 변화무쌍한 것! 누가 감히 삶을 말과 글로 명료하게 설명하랴?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가치있는 삶이란 무엇인지를.....
어떤 합리적 이성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것!
사람들이 추종하는 이성의 힘이 아닌 감성과 직관과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생의 의지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하리라
화면에 표현된 세계는 관조의 대상으로서의 아름다운 낙원이 아니라
거친 황야로 스스로 일구는 삶의 무대를 상징한다
강한 근육과 억센 의지로 땅을 파고 돌을 추려내며 비옥한 땅으로 만드는
지금의 여기는 내 삶의 한 복판인 것이다
밀레에게 감사한다
이런 민중, 하층민의 삶을 화면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왕족,귀족의 고상한 기품이 아니어도, 영웅 호걸의 정의감과 용기가 아니어도,
절세 미인의 미소가 아니어도, 아름다운 풍경이 아니어도
화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혁명적 발상이 아니던가!
강렬한 생의 의지를 가지고 삶을 주도하는 평범한 인물이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격려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