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2 2019. 12. 28. 20:27

 

초등 동기인 친구의 혼사에 다녀온다

대절 버스를 타고 구미까지 다녀오는데 하루 종일이 걸린다

 

혼사를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 중에 앞좌석에 앉은 여자 혼주에게 불쑥 한 마디를 건넨다

 

「친구야! 오늘 네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드네」

주위에 있는 하객들이 공감을 표시하는 반응이 일렁거린다

 

버스 안이라 가벼운 한 마디로 끝이 났지만 그 말에는 내 진심이 담겨있다

친구는 4녀1남의 막내 아들을 결혼시킨 것이다

자식 다섯을 모두 결혼시키고 독립을 시킨데 대한 찬사인 셈이다

 

두 자녀가 일반적인데 다섯을 길러낸 부모의 헌신과 고통이 내 마음에 파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 다자녀를 양육하면서도 지치고 찌든 모습이 아니라 고단한 즐거움으로 활기가 넘치는 친구의 넉넉함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힘인 것일까

 

친구는 자녀 가족들을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인사를 시킨다

당연해 보이지만 특별한 이 엄마의 가정교육의 단면을 보고 좋은 가풍에 적잖이 놀라며 흐뭇해 한다

내 사위 내 자식을 자랑스럽게 소개 시키고 자식들은 정성으로 예를 다하는 가풍에 개인주의적 개성이니 무례가 들어설 틈이 없어 보인다

 

대절 버스가 귀가할 때에도 혼주의 거듭된 감사 인사와 사위들의 감사 인사 그리고 다른 댁 같으면 신혼 부부는 벌써 허니문을 떠나고 없을텐데도 새 신랑 신부가 버스에 올라서 깍듯이 사례를 표시하며 허리를 굽히니 하객들이 모두 칭찬이 자자하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친구는 볼륨을 높인 가요 메들리에 덩실덩실 춤을 추며 행복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