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뜰에서
청곡2
2020. 1. 16. 01:00
또 하찮은 짓을 한다
뒷산에 가서 쓰러진 나무들을 끌고와 자잘하게 부러트려 쌓아두는 것인데
일이라고 하기도 쑥스러운 것이다
내가 나에게 묻는다
땔감을 마련하는 것이오?
아니오 땔감은 저 쪽에 많이 있다오
그러면 무얼 하오?
별 일도 아니오 그저 마음 닿는대로 하다보니 이러고 있는 것이오
일견으로는 나무를 손질하는듯 하지만
이어폰을 끼고 클라식 음악을 듣는 듯 하지만
내가 무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소
왜냐하면 마음에 떠오르다가 곧 사라지고마는
사유활동이 산만하고 복잡해서 나도 실상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오
다만 확실한 것은 파노라마저럼 떠오르다 사라지는
사유의 편린들이 내삶을 충만하게 한다오
지금 이 순간이 내 생의 소중한 시간이며
내가 당당한 주체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오
바쁜 일에 매몰되거나 일에 욕심이 들어가면 얻기 어려운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