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바위 세 개의 철학
청곡2
2020. 4. 4. 01:00
거창공설운동장 주변의 뜰을 산책중이다
자연석 세 개가 배치되어 발걸음을 멈춘다
모르는 사람이야 돌무더기일 뿐이지만
심오한 사상을 담고 있는 삼재사상의 텍스트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으며 바로 옆 분수가 있는 연못가에 앉아서 쉰다
우주 삼라만상을 돌 3개로 표현한 삼재사상을 사유한다
현인들은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온 세계를
하늘과 땅과 사람으로, 천지인으로 구분하고 있다
사유의 스케일이 거대하고 장엄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의 근원을 치열하게 사유한다
태초의 우주는 모든 것이 혼재된 혼돈과 무질서의 상태였으리라
어떤 사물도 분화되어 나오지 못하고 당연히 이름조차 없었으리라
하늘과 땅으로 2분하는 것이 분화의 시작이다
드높고 무한한 공간인 하늘과
뭇생명체들이 발붙이고 사는 터전인 땅은 음양이라는 양의다
인간의 가치를 고양하기 위해 음양사상과 동격으로 끌어올린
극단적 인본사상의 표현이기도 하다
삼재사상은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이 있다는 인간 본위의 사상인 것이다
우리의 건국설화인 단군신화를 분석해 보면
환인은 하늘의 상징이요 웅녀는 지의 상징이요 왕검은 인간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삼재론이 후일 약화된 까닭은 지가 약화되어 천에 흡수되어
천인론으로 사상적 구조와 내용이바뀌게 된 것이다
바위 3개로 정원을 꾸미면서 삼재론을 기저에 두고 있는
우리의 전통은 참으로 놀라운 현학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