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일상
재미나는 일이 뭐 없을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재미를 찾아내고 재미에 흠뻑 빠진다면 복된 일이다
그럼으로써 어제와 다른 새로움을 누리며
일상은 새로운 차이로 반복의 단조로움을 극복할 수 있을텐데.....
어린 아이들은 어른이 보기에 시큰둥해 보이는 일에도 호기심이 발동되고 몰두하는 일이 많다
재미를 찾아내는 더듬이가 예민하고 사심없는 천진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목적 의식이 강해서 재미 자체보다 유익함을 중시한다
아이들은 현실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워 천진난만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나는 어린이 같은 재미에 빠지고 싶다
요즘 꽃피고 새 우는 봄날의 산골 생활에 맞는 재미를 찾아낸 것은 금년 봄의 새로운 일이다
대밭에 가서 부엽토를 긁어모아 밭에다 뿌리는 일이나
미생물을 배양하여 흙을 기름지고 부드럽게 하는데에
큰 재미를 누리는 중이다
물론 밭을 기름지게 만든다는 유익함의 의도가 없진 않으나
그 과정에서 느끼는 재미와 기쁨이 많아서 퇴비를 사서 뿌리는 일과는 전혀 다른 차원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 부터 밭에 가는 즐거움으로 신명이 난다
오늘도 밭두둑을 한 고랑 짓고
배양된 미생물에 100배나 되는 물로 희석해서 새 두둑을 흠뻑 적셔줄 생각을 하면 의욕이 솟아난다
물조리개를 들고 밭을 적시는 나는 대지의 여신에게 춘항제를 드리는 헌관이다
풍요와 다산의 어머니이신 대지의 여신이시여!이 술을 받으시고 저의 정성을 기억하소서
여신이 되묻는다
그 술이 무슨 술인고?
예 시금주라고 합니다
뒷산 대밭에서 발효 시킨 특산주인데 시큼한 술 향기가 좋아서 명명한 것이온데
달빛에 댓잎이 삭아서 술의 요정들이 제조한 특별한 것이지요
이 술을 받으시고 젖이 잘 돌고 기운이 왕성하시어
치성을 드리는 헌관이 함박 웃음으로 거두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