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단수의 불편
청곡2
2020. 7. 19. 12:11
사흘 째다
장마로 양수 모터가 침수되어 단수의 불편을 겪는 중이다
이웃집에 가서 식수를 얻어와 아쉬운대로 생활은 하지만
설겆이와 세탁과 화장실 사용이 불편하다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 하나가 있다
주택을 짓기 직전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던 십여년 전의 생활이다
급수와 배수, 화장실이 전혀 없이 살던 불편함은 비문명 그 자체였다
문명 생활을 준비하면서 문명 이전의 원시적 불편을 감수하던
그 경험이 잔상으로 떠오른다
새로운 시작의 제단에 올려진 희생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르듯이 그런 사소하고 불쾌한 경험은 쉽게 망각한다
오늘 단수로 인한 불편함이 주는 교훈은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이다
풍요와 편리의 이면을 슬쩍 경험함으로써
문명의 혜택이란 영속적으로 보장된 것이 아니란 것이다
삶은 불확실하며 우연적 요소가 개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