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기마전의 추억

청곡2 2020. 12. 23. 23:02

요즘 정치판을 보면 분노와 울화와 짜증에 마침내 조소에 이르게 되는 것이 나만이 아닐 것이다

문득 국민학교 시절 운동회의 추억이 소환된다
사내 아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운동회의 절정은 기마전이었다
청백이라는 두 팀의 모의 전쟁 놀이에서 투쟁과 승리라는 원초적 본성을 슬쩍 맛보았던 것일까?
말 역할을 하는 3인과 기수 역할을 하는 1인으로 구성된 팀이

적군 기수의 머리띠를 풀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소년 전사들은 팀을 위한 용기와 충성심과 헌신을 배우고 익혔다
소년들은 공정하게 투쟁하고 결과에 기꺼이 승복했다
이겼다고 우쭐대지 않았고 졌다고 주눅들지 않았다
임의로 팀을 나누었고 경쟁했을 뿐 놀이가 끝나면 원래 상태로 자연스럽게 복귀했다
순수함을 잃지 않은 소년들이었다

그 때는 알지 못했었다
세상이 양 진영으로 나뉘어져 다투는 기마전과 같다는 사실을......
어른들의 기마전은 무서운 음모와 비열하고 살벌한 싸움이라는 것을.......
국민들의 팔과 어깨에 올라타서 제 진영의 권력을 향해 날아드는 부나비처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싸운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