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처제의 선물
청곡2
2023. 3. 4. 09:38
처제가 선물한 상의 하나를 입고 있으니 여고생이던 소녀 하나가 떠오른다
큰언니의 남편을 형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워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엷은 웃음으로 쑥스러움을 감추던 장모님의 셋째 딸
카메라가 대중들의 욕망을 자극하던 시절, 어쩌다 생긴 일제 카메라로 대학생이 된 처제를 바닷가 좋은 풍경 앞에 세우며 예뻐했던 아가씨
필림이 없는 줄도 모르고 온갖 실럭을 발휘하며 바닷가 암벽 앞에 세우던 추억들이 스쳐간다
많은 세월이 흐르며 온갖 풍파를 겪으며, 세상의 단맛 쓴맛을 온 몸으로 느끼며 곱던 얼굴에 살짝 골도 생기며 어언 이순에 들고 ......
어디엔가 의류 매장을 지나다 충동이 솟아나 셋이나 되는 형부들을 소환하고 적지 않았을 값을 치렀을 것이다
나는 설빔으로 행복했던 동심으로 돌아가며 가볍고 부드러운 인조 털옷에 얼굴을 묻어보다가 소매로 뺨을 비비기도 한다
이제는 여동생이 된다
다음에 만나면 나를 형부라 하지 말고 흥부라 부르라고 익살을 부릴까
마음 속으로는 오빠라고 불러도 좋다라고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