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목공방 - 나무둥치

오누이의 정이 배인 현판을 새기며

청곡2 2024. 12. 6. 16:20

겨울볕을 듬뿍 받으며 돔하우스에서 서각을 한다
친구가 직접 지은 정자의 현판을 만드는 중이다

소서사 즉 삶의 작은 이야기가 있는 정자를 만들자면 직접 글을 쓰고 이름도 직접 지으면 좋겠다고 하며 내가 새겨주겠다고 했더니 느티나무와 서고를 가지고 온 것이다

중학교에 다닐 때 미술반에서 서예도 해보고 대회에도 나가보았다고 하는데 오랫만에 붓을 잡고 쓴 글자의 획이 반듯 하고 정성이 배어있다
여동생의 이름을 넣어 종순정이라 하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글이다
오라버니가 새 집을 지었다고 기뻐하는 누이를 위한 정이 나를 부럽게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완성된 것보다는 만들어가는 과정을 더 좋아한다 작업 중인 현장, 작업 중의 스쳐가는 단상들을 소중히 여긴다 완성되지 않은 것은 가능태로써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돈되지 않은 현장의 어수선함까지도 소중히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