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두루미 찬가
청곡2
2015. 3. 6. 07:00
두륵두륵 두르르르륵
겨울이면 찾아오는 진객(珍客) 두루미가 노래한다.
계절을 순례하는 고고(孤高)한 겨울 나그네는
북방의 신령한 현무(玄武)의 사신(使臣)인가.
동토(凍土)의 왕국에 파견된 춤의 사절인가.
한겨울의 화선지에 그려진 수묵화 한 점이다.
순백(純白)의 바탕에 묵선墨線이 일필휘지 하였으니
과연 군계일학의 고상(高尙)함이다.
길고 가느다란 다리는 팔작지붕을 떠받친 기둥이다.
그러나 발끝으로 서서 춤추는 발레리나처럼
도약과 착지를 위한 랜딩기어 같은 발목이다.
상반신이 미려美麗한 곡선의 향연이라면
매끈한 건각은 직선의 단조로움이다.
기지개를 켜고,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살피고, 짝을 어르는 교태는 관능의 극치다.
먹이를 내리 찍고, 앞뒤로 굴리고, 찝는다. 착지는 나비처럼 사뿐하다.
두루미는 행동거지(行動擧止) 하나하나가 유희요, 무용이다.
춤추기 위해서 길고 가느다란 다리를 쭈욱 뽑아올리고
날기 위해서 괴나리봇짐처럼 잘 갈무리한 날개를 달고
그리움의 화신처럼 길다란 목을 가진 발레리나처럼
지상과 천상을 오가는 무녀(巫女)던가. 무녀(舞女)던가.
나래를 접으면 속계요, 나래를 펴면 선계라
하루에도 수십번을 성속을 넘나드니
초월과 환속이 자유자재로구나.
하늘과 땅을 소통하는 평화의 메신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