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농월정 유람

청곡2 2015. 11. 6. 07:00

  

예전에는 안의현 지금의 함양군 안의면에 가면 농월정이란 눈맛이 빼어난 정자가 있다.

덕유산 남서 사면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세 골짜기를 이루고 있으니 조선의 선비들은 영남 제일의 동천이라고 하였다.

서상에서 안의로 흐르는 화림골, 수망령에서 용추사로 흐르는 심진골, 월성에서 수승대로 흐르는 원학골인데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계곡이 맑고 수려하다.

예전에는 모두 안의현 소속이었지만 지금의 원학골이 거창으로 행정구역이 개편된 것이다.

이 지역은 풍광이 수려한 곳에 정자와 누각이 곳곳에 지어져 풍류를 읊던 선비들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신축한 농월정 앞에서 일포선생님 내외와 다천선생님) 

 

 

 

달은 시대와 민족과 지역을 불문하고 인간에게 가장 친근한 사유의 대상이다.

태양은 그 찬란한 빛과 강열한 에너지에도 불구하고 달만큼 감성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하늘 높이 떠올라 모든 생명체를 양육하는 태양이 양이요, 아버지라면

노동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는 달은 음이요, 어머니다.

낮이야 광명 천지에서 힘들게 일하기 바쁘지만

밤은 휴식과 안정을 누리면서 낮의 고역을 보상 받았을 것이다.

밤에는 꿈이 있고 무언가 아름답고 그리운 것들을 추구하였으리.

 

 

   

(창선 갤러리 폭포 앞에서 일포선생님,정심당님 내외분과 다천선생님)

 

밤은 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연극이나 영화 같은 극은 조명 효과를 살릴 수 있는 밤이 좋다.

달은 세상을 비추는 야간의 단일 조명으로 온 세상을 무대로 만들어 준다.

달빛이 교교한 밤에 사람들은 세상살이의 온갖 희로애락을 달에다 투영 시킨다.

달은 어머니고 고향이고 연인이고 친구고 천진무구함이고 동화 그 자체였다.

달은 인간이 상상력이 빚어내는 온갖 상징을 다 받아들이는 너그러운 품을 지녔다.

 

 

달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의식의 근원이며 상상력의 근원이다.

그곳에는 달의 선녀 항아가 살고 방아를 찧는 동화 속의 토끼가 산다.

달은 지구를 한없이 사모하는 연인이다.

사모하는 님을 향해 끝없이 변신을 하는 집요한 스토커다.

 

 

   

 (다천선생님이 노랑물봉선을 보고 환호하며)

 

농월정 기둥에 기대거나 난간에 앉아서 달을 바라보라.

여인의 속치마 같은 너럭바위를 타고 흐르는 계류(溪流)에 비친 달을 바라보아라.

달빛이 물에 어른거리며 어느새 세파의 근심을 토닥여 주리라.

 

  

(일포선생님 내외분과 필자)

 

나는 지금 술에 취한 이백이 부럽다.

그의 시심을 부러워하며 몇 구절을 음미하노니......

 

人攀明月不可得인반명월불가득; 사람이 달을 잡아둘 순 없어도

月行却與人相隨월행각여인상수; 달은 항상 사람을 따라다니네.

.

 

今人不見古時月금인불견고시월; 사람은 옛날 달을 볼 수 없어도

今月曾經照古人금월증경조고인; 저 달은 옛 사람도 비추었으리

 

 

古人今人若流水고인금인약류수; 사람은 언제나 물처럼 흘러가도

共看明月皆如此공간명월개여차; 밝은 달은 모든 것 다 보았으리.

 

 

이럴 때는 술을 멀리한 일이 못내 후회스럽다.

 

惟願當歌對酒時유원당가대주시; 내가 노래하며 잔을 들 때에

 

    月光長照金樽裏월광장조금준리; 달빛이여 오래도록 잔을 비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