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달항아리 한 점을 감상하며

청곡2 2016. 1. 16. 07:00

 

조선시대의 백자 달항아리 한 점을 감상한다.

조상들의 손길이 담긴 항아리를 감상한다는 것은

내 눈길이 그윽해지고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일이다.

 

달항아리는 임부처럼 풍만한 배, 보름달처럼 찌그러짐이 없어 충만한 상태이다.

그 불룩한 배 안은 가득 채울 있지만 비어있어서 울림의 감동을 준다. 

 

이 항아리는 아마도 도공이 뜻하지 않은 대로 군데군데 얼룩도 보이고

유약이 한쪽으로 쏠린듯 하여  흠을 잡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리고 항아리 군데군데에 눌리고 찍힌 듯한 상처마저 안고 있다.

 

그런데도 毅然(의연)하고 蒼然(창연)한 자태로 정감이 간다.

추위에 튼 손등처럼 오랜 세월을 견딘 흔적도 보인다.

이상적인 타원에서 벗어난 윤곽을 지님으로써 겸손함마저 보인다.

 

 

 

 

이 항아리를 사람으로 치자면 썩 좋은 팔자 소관대로 살지 못한

장삼오사 같은 사람이랄까,  온갖 풍상을 겪은 촌부랄까.

그래도 그런 자신의 운명을 굿꿋하게 받아들이고

그런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솔직함과 대범함을 지니고 있다.

 

이 항아리는 高臺(고대) 廣室(광실)에서 품격 있는 백자를 부러워하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서민들과 어울려 땀과 애환이 담긴 삶의 진실을 노래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어서 부끄러운 일은 아니고 다만 견딜만 한 것이지요.

가난하고 박복한 것이 어디 내 뜻대로 되는가요?” 라며 되물으며 달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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