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겨울 裸木
청곡2
2016. 1. 30. 07:00
‘벗은 나무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물고기 가시뼈 같은 연약한 잔가지며
갓난 토끼의 못 뜬 눈 같은 움마저도
부끄러워 가리지 않는 솔직함 때문이다.
‘벗은 나무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이파리 구멍으로 하늘을 바라보던 벌레도
작은 새 소리마저 떠난 궁상스런 빈 가지에
큰 둥지를 꿈꾸는 기다림 때문이다.
‘벗은 나무가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농부의 억센 손 같은 잎마저 떠난
凍土의 사막에서 하루하루를 延命하면서도
구차하지 않은 淸貧으로 당당하기 때문이다.
‘벗은 나무가 더욱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수정 같은 얼음꽃 피운 차가운 눈망울과
겨울무게를 간신히 지탱하는 가느다란 팔을
며칠 째 창 밖으로 바라보는 한 사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