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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 小考

 

 

둥근 공 한 개가 22명 선수들의 시선을 독점하며

그들을 이리저리 드리볼하며 몸싸움의 중심에 있었다.

 

선수들의 조국은 오로지 공 한 개의 궤적에 초점을 맞추며

숨 죽이는 밤을 꼬박 지새우며 숱한 아쉬움과 환호성을 토했다. 

 

어느 종교, 어느 이데올로기가 이보다 강하랴!

어떤 마약이 이보다 중독성이 강하랴! 

세계인들의 시선과 호흡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둘레 69cm, 무게 430g의 공 한 개가 연출하는

그것은 각본없는 예술, 발의 미학이라네.

 

어떤 집회, 어떤 공연도 이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브라주카라 불리는 이 공이 그 주인공이었다.

6개의 폴리우레탄 패널이 바람개비 모양으로 합쳐지고

많은 돌기가 있는 날렵한 생김새의 원구.

 

 

 

 

 

소싯적, 동네에서 돼지를 잡을 때는

방광에 바람을 넣은 타원형 축구공이 아동들을 몰고 다녔다.

일회용 타원형 공이 아이들 심장에 호연지기를 불어넣고 健脚건각으로 단련 시켰다.

그런 추억을 가진 이들에게 브라주카는 경이롭다.

축구공의 진화사의 생생한 증거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저개발의 오지에서는

미래의 희망을 드리블링, 리프팅하는 아동들이 무수히 많다.

그들의 성공과 출세를 향하는 간절한 소망의 기도는 끝이 없다.

유사 종교의 신도처럼.....

 

 

 

 

공은 둥글다.

 

축구공은 오각이나 육각의 가죽 조각을 기워 그 안에 압축된 공기를 주입한 운동체다.

최근에는 가죽보다 내구성이 강화된 폴리우레탄 패널을 사용하고

조각의 수를 적게 해서 공의 기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둥글기 때문에 지면과 공중에서 마찰, 저항을 최소화 한다 

 

축구공의 기본형은 오각형과 육각형 가죽 조각이 조합된 둥근 구조다.

둥글다는 것은 공의 운동 방향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은 가해진 힘을 왜곡되지 않게 정확히 반응함으로써 중립을 지킨다.

 

 

 

 

 

인간의 원시적 투쟁성을 문명의 스포츠로 인문화 시키는

매개체의 기능을 수행하는데는 모나지 않고 원만한 원구가 최적이다.

 

창검의 角각은 날카롭고 일방적이고 편협하고 위험하다.

각이 부딪히면 싸움이 되고 전쟁이 된다.

 

예리한 날을 무디게 하고 휘어서 둥글게 하고,

딱딱한 것을 부드럽게 하려는 인간의 지혜와 노력으로

삼각형이 차츰 다각형이 되다가 원구로 변해 간다.

 

원구는 그 운행의 원리가 하나’()에 있으며 생명을 품는다.

둥근 알에서 생명체가 부화되어 나온다.

둥금의 미학을 찬미하는 노랫가락이 들려온다.

 

 

인간성에 새겨진 삶과 죽음의 본능을 따라

아득한 조상들은 창과 칼로 싸웠었다네.

누가 이 원시의 투쟁 본능을 거스를 수 있으랴.

피 묻히지 않는 싸움을 이제 놀이로 바꾸세.

무기를 버리세. 문명을 일구는 친구여.

둥근 공을 상대 진영에 많이 넣기 놀이를 하세.

 

 

 

 

 

 

축구는 상대 진영에 있는 골대에 공을 넣은 골인이 목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략과 스피드와 지구력과 등의

집단의 총체적 힘이 공 한 개에 응집되어 운동 에너지가 된다.

 

그것은 강약, 완급, 원근, 직곡(直曲) 등의 다양한 형태로 시도된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양자, 양극이라는 상대성의 원리에 의해

숱한 좌절과 실패와 승리의 환호가 공정하게 배분된다.

 

그래서 둥근 공은 공정과 정의의 상징이요, 화신이다.

 

 

 

 

 

공은 최종 소유자의 차지다.

소유한 시간만큼의 지배자의 권력이다.

지배자의 능력을 정확하게 반영하며 그의 의지에 정직하게 복종한다.

 

그가 투입한 총체적 요인들의 인풋(IN-PUT)에 대한

물리적 운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아웃 풋(OUT-PUT)이다.

그러기 위해서 공은 첨단의 과학과 기술로 설계되었다.

 

내구성이 우수한 재료와 수많은 돌기 등의 과학 기술이 도입되어

그립감과 터치감과 정확도를 높이는 드리블, 볼 키핑, 슛팅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축구공이 통통 튀다가 비호 같이 날아가다가 때로는 묘하게 비틀거리기도 한다.

바나나처럼 휘어지는 바나나 킥에는 마그누스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고,

공이 날으면서 두 줄로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무회전 킥에는

카르만 소용돌이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위대한 선수들은 자연적인 운동 현상에 숨은 비법들을 기술로 발전시켜 응용하는 천재들이다.

 

 

 

 

공이 움직이는 궤적을 가만히 추적해 본다.

상대 진영의 수비의 허를 찔러가는 공격은 실이다.

 

그러나 그 공격 역시 허를 내포하고 있어 한 순간에 실패에 이른다.

그 실패에 의해 주도권은 상대에게 넘어간다.

끊임없는 공수의 전환이 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그 집단의 역량과 의지의 총화가 선으로 표시된 궤적!

그것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마침내 성공에 이르는 과정이다.

 

正反合의 원리가 선분으로 그려진다.

끝없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