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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회 몇 시간 전 오늘은 북상초등학교 총동문회가 있는 날이다 경향 각지에 있는 동문들이 이 날을 기다려 고향을 찾아온다 만사를 제쳐놓고 참석하는 이들의 의식 저변에는 귀향에 대한 동경이다 고향으로 귀의한다는 것은 실거주지를 옮긴다는 좁은 의미만이 아니다 친구에 대한 그리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는 넓은 의미도 있다 세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하이데거의 표현처럼 세계에 우연히 던져진 피투된 존재로서의 내가 이곳에서 이 친구들과의 만남은 놀라운 인연이 작용하고 있다 학교 옆의 숲은 소나무와 굴밤나무 고목이 울창하고 그 우듬지에 황새라고 믿었던 왜가리들이 상주하고 당시에는 두 개의 정각들이 있는 삼각주는 우리들의 정서를 기르는 최고의 자연의 학교였다 농촌이라 당시에는 군내에서 비교적 소규모 학교라 북상.. 더보기
장미꽃 덤불 장미는 가히 꽃의 여왕이다 불타오르는 정념의 색으로 몇겹인지 모를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구름 같은 연회복을 입고 물살의 소용돌이처럼 유혹을 하니 어느 사내가 끌리지 않으리오 여인이라한들 사랑의 열정으로 미의 절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장미를 예찬하며 부러워할 일이지 어찌 질투를 하리오 잘 가꾼 장미 화원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이 풍경을 만들려고 여러 해가 걸렸고 소소한 체험적 사건들이 있다 오로지 나와 연관된 것들이라 나에게는 소중하다 집을 지을 때 진입 차량로였던 콘크리트 포장도를 자연스런 화단으로 만들려고 주변의 자연석들을 손수레로 모으고 경계석으로 쌓고 흙을 넣으며 경사로를 4단의 계단식으로 만들었다 장미는 시장에서 사온 것이 아니라 손가락만한가지들을 잘라서 삽목한 것이다 이런저런 기술적 정보를 보고.. 더보기
으아리 은하계 으아리 은하계를 여행한다 으아리꽃 한송이를 지구라고 치고 인접한 꽃 몇송이를 태양계라고 치고 맺힌 꽃몽우리가 개화할 때까지를 한 겁으로 여기고 이제는 나를 축소한다 극히 미소하여 있은나마나한 존재로 여기고 우주선을 타고 은하수 흐르는 우주를 여행한다 더보기
신령한 천왕봉 지리산을 오른다 백무동 골짝에서 신발끈을 졸라매며 각오를 다진다 골이 깊어 높아진 것인지 봉우리가 높아서 골이 깊어진 것인지 돌고 돌아도 오르막길은 몸을 눕히지 않는다 잠깐이라도 쉬며 차오르는 숨을 가라앉히고 싶어도 신령한 이끌림으로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뭇 봉우리들이 쟁취하려는 왕관을 쓴 천왕봉은 여러 봉우리를 거느리고 갈비뼈 같은 골짜기를 따라 계류를 흘러내리며 사람들의 길을 내준다 하늘과 땅이 사람을 사랑하여 높고 넓게 펼쳐 사람들을 품는다 사람들은 무한한 공경으로 하늘을 우러러 보고 땅에 감사하며 천지인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향을 꿈꾼다 천왕봉은 산의 신령함이다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성스러운 곳이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견디며 풀리는 다리의 온 힘줄로 오로지 마음에는 신령과 접화하려.. 더보기
제석봉 고사목 제석봉에 나무들이 꿋꿋이 서 있다 피가 통하지 않아 잿빛 얼굴, 하얀 뼈대를 드러내고 푸른 잎과 잔 가지는 죄다 떨구고도 척추를 곧추세우고 요지부동이다 누가 이들을 고사목이라 하는가? 천왕봉을 오르려 최후의 걸음까지도 굽히지 않는 불굴의 투사를....... 더보기
천왕봉에 오르는 청소년들 -청람중, 지평선중 천왕봉 등반 중에 체험학습을 하는 두 학교의 중학생들을 만난다 강진의 청람중학교와 김제의 지평선중학교 학생들이다 남녀 공학인 학생들이 즐겁고 쾌활하게 울퉁불퉁한 산길을 걸으며 지나치는 등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덕담을 전하기도 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나는 학생들에게 진심을 전한다 평생 기억에 남을 등산이 될 거라며 엄지척을 한다짧은 시간이라 내 깊은 속내를 전할 틈이 없지만 내가 교사였고 또 한 때는 수련시설(학생야영장)에 근무하며 다양한 수련프로그램들을 활용해 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이다 꿈을 기르는 청소년 시절의 뜻있는 체험학습은 평생동안 잊혀지지 않을 수 있다 지리산 천왕봉 1915m를 스스로 걸어서 오르는 체험은 엄청난 극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제 십대 초반의 중학생들이 등반 경험도 없고 체력.. 더보기
천왕봉 등반 지리산 천왕봉에 오른다 그 높은 곳까지 오르기 위해 한 주간을 체력 보강에 힘쓴 땀의 결실은 거짓이 없다 백무동에서 9시에 출발하여 천왕봉에 12시 40분 도착하고 오후 5시에 하산한다 이번 등반을 통해 새로운 접속과 과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열정과 지리산의 정기를 체험한다 큰 산이 나의 새로운 스승이 된다 더보기
고라니 울음소리 케엑케엑 물 건너 편 산에서 고라니 울음이 요란하다 저희들끼리의 소통을 위한 음성 신호다 제 목의 성대를 최대한 진동시켜 내는 소리를 울음으로만 한정하는 우리의 의식 구조는 정한적인 서러움이나 한이 배어 있다 고라니는 제 몸의 열정적인 욕구를 분출하는 것이다 짝을 찾는 구애의 신호일까? 제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배출하고 싶은 수컷의 왕성한 정욕일까? 아니면 잠시 이탈한 새끼나 어미를 찾는 구조 신호일까? 아니면 이 영역에 낯선 침입자에게 보내는 경고일까? 여하튼 고라니 울음은 제 존재에 대한 강렬한 의지요 충동이다 고라니 울음은 이곳이 여러 생명체들의 공동의 삶터라고 나를 깨우쳐준다 고라니와, 새들과 사람들이 선형적 위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생명체로서의 절대적이고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