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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 한 보따리 칠순을 넘긴 내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르는 친구가 과일을 한 보따리 선물한다잘 익은 자두며 복숭아 향이 풍겨나오고 가지에 달린 잎이 아직 새파랗다아직 한 입도 맛보지 않았지만 친구가 과수 농사를 짓는 여러 모습들이 스쳐온다거름을 내고, 농약을 치고, 사다리에 올라 가지를 치고 꽃순을 따며 땀 흘리고 정성을 쏟는 모습들이다세인들은 이 과실 보따리를 자본주의의 셈법으로 귀신처럼 환산하려 드는 것은 일자의 권력이 만든 구조 안에 포섭되어 있기 때문이다이렇게 힘들게 가꾼 수확물을 시장도 아닌 조건 없는 증여로 전환하는 마인드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자본주의 사회의 일자 안에 포획되는 망에 담기지 않는 본연의 인정이다 더보기
장미봉선화 연정 장미봉선화가 자리를 옮겨 무성하게 자라며 풍성히 꽃을 피운다종의 신기원을 개척한 모험가이자 낭만가의 이야기감이다저 둘은 어쩌다 눈이 맞아 새 종을 출산했을까?종의 국경을 초월하는 무모한 사랑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는 이들과 한계를 초월한 세기의 사랑이라며 순애보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겠다꽃은 화려한 당신을 닮고 잎은 청초한 당신을 닮았으면 하고 기도했을까, 혹시 계약했을까?허튼 상상을 하면서 촐입을 하는 눈길이 곱다 더보기
병원 휴게소에서 새벽에 출발해 읍에서 환우와 동행하여 칠곡의 병원에 와서 머무는 중이다아침이라 그런지 기온이 높지 않아 건물 바깥의 휴게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다환우의 치료 과정을 돌보며 기다러야 하는 많은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활용한다어떤 날은 칠곡 시가지를 두어 시간 걷기도 하는데 오늘은 병원 이곳저곳을 마치 투어하듯이 둘러보다가 쉬기 좋은 곳에 앉아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상념에 잠긴다보호자로 왔으니 자유롭고 여유가 있지만 지나치는 수많은 환자들과 동등한 조건이라 나도 내일 환자가 될 수 있다병원의 긴 복도를 걸으면서 우리의 의료 시설과 의료 수준의 수혜로 생명이 연장되고 삶의 질을 높이고 있는 복지 수준에 안도하며 공동체에 자긍심을 갖는다병원에 오면 평소에 은폐되기 쉬운 삶의 진실에 다가서게 된다건강하고.. 더보기
그림 감상 그림 한 점을 감상한다상당히 유명한 그림이라는데...테이블 그림 위에 마구 덧칠을 하였다 고전주의 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이미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다우중충한 색에 마치 화풀이라도 한듯한 그림이라 고개를 갸우뚱할만하다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기존의 가치, 질서를 전복하거나 해체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한다는기존의 관념에 대해 히스테리 반응을 보인다작가는 정형화된 형식이나 틀을 과감히 벗어난다 즉흥적인 기분이나 충동 등을 가벼이 여기고 배제하지 않는다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이 시초가 될만한 작품이다 더보기
참나리자치구 내가 한 일이라곤 그저 방관한 것 뿐이다 안제였는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도 잘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발이 없으니 걸어왔을리는 없을테고아마 바람을 타고 창공을 날아왔는지움직이는 무엇을 올라타고 왔는지신천지에 상륙한 무리들이 일가를 이루더니 대공을 쭈욱 뽑아올리더니 화려한 꽃을 매단다참나리자치구의 축제일이다 더보기
죽으면 살리라-이순신 오페라 다큐픽션 창작오페라 이순신을 감동적으로 시청하다가 전 편에 흐르는 핵심이 되는 기표 하나에 집중해 본다 생명을 담보한 위급한 전쟁 상황, 무능하고 상황을 오판하는 조정, 열악한 지원과 나약한 군대, 흔들리는 리더십을 극복하고 오로지 조국 수호의 절대적 사명감을 가진 이순신의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나온 한 마디의 말마지막 결전에 두렵고 동요하는 군사들에게 내린 명장의 단호한 명령이자 생사의 경계를 횡단하는 진리의 명언인 것이다사람의 삶에서 가장 두려운 극한의 공포는 죽음의 순간이다 그런 죽음이 질병으로 인한 운명적 조우라면 일정 기간을 경과하며 체념과 순응을 통해 고통을 완화 시킨다전쟁은 그 죽음에 가장 직면한 상황이다 전쟁은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집단적이며 적과의 폭력적 사건으로 종결되는 결말이라 공포가 .. 더보기
비오는 날 간절하게 기다리던 비가 온종일 내린다는 기쁜 소식이 이루어진다 바싹 마른 흙이 부스러지며 뿌리내린 화초들이 목말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전원의 목동은 함께 목마르고 애가 타던 참이라 비는 은총이고 축복이다우산을 받고 음악 한 곡을 준비하고 뜰에 나선다일을 하려는게 아니라 비가 대지에 스미고 하염없이 내리는 빗줄기 소리가 그저 좋아서다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에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섞인다대지에 비가 스민다 흙의 여러 알갱이 사이로 스며들며 목을 적시고 여분은 아래로 하강하며 깊은 곳으로 스민다깊은 곳에 내린 실뿌리들이 단비에 목을 축이는 소리며 환호성을 상상하며 안도한다이런 날은 풍경에 내가 담긴다음악은 온갖 세상의 일에 사로잡힌 나를 가장 근원으로 이끌어 순수하고 청정하게 만들어 준다 더보기
상사화 피어나고 연분홍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상사화가 불쑥 피어난다잎과 꽃이 어긋나게 피어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전설에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멈춘다완전한 사랑이 어디 있을까그 사랑에도 틈이 생기고, 구멍이 파이고, 균열이 생기고 마침내 해체되었다가불쑥 그리움에 목이 메이고 오열하는너와 나의 생생한 서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