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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넝쿨 앞에서

인동넝쿨 앞에서 서한당이 망중한을 즐긴다.

 

 

어떤 동기에 의해서 그녀가 인동넝쿨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았는지는

잘 알 수가 없지만 깊은 애착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언젠가 가시덤불 사이에서 아무 연장도 없이 캐 왔다면서

뿌리가 많이 뜯긴 토종 인동넝쿨 한 그루를 들고 온 적이 있다.

흙 묻은 바지와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인동넝쿨 같았다.

 

 

하기야 인동(忍冬)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사람들의 가슴에 감동을 심어줄 만 하다.

다른 화초들이 서리와 같은 숙살(肅殺)지기에 의해 왕성한 기세가 하루 아침에 꺾이는데

온 겨울을 견디며 생명력을 잃지 않으니 보고 배울 만 하지 않은가!

정문 위 아치 모양에 인동초를 올리자는 것도 서한당의 제의에 따른 것이다.

 

 

 

 

넝쿨 마디마디마다 치솟아 오르는 왕성한 새 순들이 무성하며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금요일에 거창에 와서 일요일 오후에 안강으로 가는 주말 부부 생활도 금년까지만이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는 구절을 신념처럼 외치며 9년 전에 귀향한 남편이었다.

어찌보면 야속한 남편이기도 하지만 군말 없이 동의하며

함께 노후의 꿈을 이루어가는 중이다.

 

 

인동넝쿨 앞에서 덩굴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서한당을 보니

그녀가 마치 인동넝쿨 같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