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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늦가을 충동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느티나무가 바람에 숱한 잎들을 떨구며 잔가지들이 앙상히 드러난다
이제 절기는 늦은 가을이다 곧 입동이 다가오며 겨울의 문턱에 들어설 것이다
문득 남자들은 왜 가을에 어디론가 정처없이 떠나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지를 생각해 본다

빙그레 웃음을 짓게하는 것은 바람에 낙하하는 낙엽이다 대자연이 주는 무언의 함축된 대답이라는 것을 깨닫고 득도의 미소를 띄운다

봄부터 땀흘리며 일군 무수한 잎들을 죄다 떨쳐내고 변화와 쇄신의 기로에 선 나무들이다 생명이란 변화하는 현상이다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움직이고 멈추고, 낮에 일하고 밤에 자고 쉬고, 얻고 쓰고 하듯이.....
음양의 원리가 모든 생명체에 작동하고 있음이다
햇볕으로 따뜻하던 봄부터 지금까지는 억척스럽게 쉬지 않고 일하며 많은 것들을 쌓아왔다 그 결과 나무가 자라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고 곡식이 영글어 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겨울이 오면 생산 활동을 멈추고 휴식이나 정지의 시간으로 들어가며 존재 방식을 변화 시킨다
남자는 양의 기운을 지녔음으로 음의 기운이 시작되는 늦은 가을이 오면 허전하고 쓸쓸함을 느끼며 소외와 일탈의 감정에 빠지는 것이 아닐까 한다
왕성하게 활동하며 기운을 드러내는 양기가 제 역할이 축소되거나 위축되는데서 오는 소외감 같은 것을 풀어보려는 심리작용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