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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은 마르고

껍질을 벗은 토란대 토막들이 일제히 채반 위에 누워서 일광욕을  한다  원래의 용도가 폐기된 방충망들이 새 용도로 탈바꿈하니 안성맞춤이다

이 넉넉하고 서정적이고 편안한 풍경은 자연의 위대한 생산력과 풍성한 베품의 산물이다 여기에 내 땀과 정성이 배어 있어 더욱 값지다


오늘은 가을볕이 좋아 제 몸 안에 저장한 물기를 말리기에 적당하다
뿌리에 돋아난 수많은 하얀 실뿌리들, 맹렬하게 지하를 파고들며 물을 뽑아올리느라 애 쓰던 긴 호스는 떨어져 나가고 크고 넓적한 푸른 손으로 볕을 모으던 잎도 분리되고 얇게 잘린 몸통만이 이 가을볕을 쬐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