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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청학동의 전설

 

주왕산 청학동에서 발걸음이 오래 머무는 것은

현묘한 전설의 향에 취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누군가의 잘 알려진 전설도

스쳐간 발자국 임자만큼의 새 전설도

바위는 묵묵히 들어줄 뿐이다

 

 

 

 

 

 

살갗이 비바람에 금이 가고 삭아 내리며

검버섯이 수 천 번 피었다 진

바위의 나이 때문이다

 

 

 

 

 

언제인가 팔도 거한들이 모여 힘 겨루기를 했어

하늘을 찌르는 결사항전의 깃발을 꼽고

천길 땅 속 깊이 다리 뻗어 무퇴의 자세로

장대한 기골과 풍채로 몸을 부풀리고

날카로운 위용 어린 눈으로 노려보며

억만년 세월을 오기로 버틴거야

 

 

 

 

 

 

소문은 바람과 구름이 퍼뜨리고

여장부들이 짝을 찾아 몰려들었어

사내들이 버티고 서 있는 자리 틈으로

궁합에 맞게 여인들이 누워서 유혹한거야

 

 

 

 

 

 

거한들의 침묵의 대결을

선녀들이 계곡의 하프로 화해시켰어

살벌한 침묵을 깨는 조용한 평화의 노래였지

솟구친 양기를 부드럽게 안마하는 구애의 노래였지

 

 

 

 

 

 

 

청학동에서 발걸음이 머무는 것은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고

음양이 화합하며

사람이 자연과 일치하는

전설의 이치에 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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