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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유재 현판 음미 추사의 라는 현판을 며칠 째 보며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정신을 천천히 음미한다 추사의 천재성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독창적인 글씨의 맛을 느껴보기도 한다 명작을 감상하다가 뜻이 닿으면 직접 모작을 해보기도 한다 유재라는 글은 남겨두는 집이란 것인데 한 마디로 다 하거나, 다 쓰지 말고 남겨두라는 뜻이다 소인배들은 하나에 빠지면 집착하고 탐닉하여 끝을 본다 그러나 대인들은 중용의 도리를 취하며 조화를 도모한다 한없이 기쁠 때도 또 모를 슬픈 일을 생각해 웃음을 아낀다 그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밥을 먹을 때도 배를 가득 채우지 말고 수저를 내려놓는 절제의 정신이 담겨있다 어느 영화에선가 여배우가 행복한 순간에 눈물을 흘린다 그 시간이 다하고 나면 다가올 평상심, 행복의 순간은 길지 않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 더보기
무등산 입석대 무등산에 입신양명한 바위가 있다네 귀공자처럼 풍채가 준수하여 예사스런 것들이 부러워하고 우러러 본다네 펑퍼짐하기라도 하면 행인들 쉼터라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혹부리처럼 울퉁불퉁하거나 괴상하여 그 연유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전설이 있다면 그 또한 다행이겠다 애석하게도 어느 한 구석 내세울만한 장삼이사 같은 바위들은 천 만년 외로움에 몸서리 질 것이 아닌가 태생이 귀족의 성골이라 억만년 세월의 왕궁을 떠받치는 대여섯 각의 기둥이로다 조물주의 신기로 깎아 세워 놓았구나 산 아래 수많은 인구의 입에 회자되며 무등산에 오른다 우뚝 선 입석 앞에서 시원한 눈맛이라며 탄성을 토하더니 무의식 중에 출세를 기원하는구나 더보기
비오는 날의 사색 비가 내리며 오월도 늘 화창하고 눈부시지만은 않다고 한다 바짓 가랭이를 접어 목이 긴 양말 속으로 넣고 우산을 받치며 뜰에 나선다 밭에 심어둔 여러 모종들이 이주에 메마른 목을 적시며 원기를 회복한다 온통 푸른 것들에 둘러쌓여 있다 초록은 생명의 표정이고 빛깔이고 의지다 초록의 더미에서 홍염을 지피던 영산홍도 차츰 낙화하며 붉은색을 지우고 원래로 되돌아간다 초록 세계를 만들려고 자연은 붓과 물감을 사용하지 않는다 땅에다 붓을 심고 입김을 불어 넣으니 나무가 된다 붓에서 숱한 가지들이 솟아나고 햇빛과 바람과 구름이 물감이 되어 초록의 마법을 시작한다 잔디밭에 집중을 하니 온갖 풀들이 정수리를 내밀고 있다 살려는 의지들로 충만하다 연약한 풀의 허리가 스프링처럼 탄력이 솟고 이름을 알 수 없는 다양한 풀들이 .. 더보기
천사의 날개를 달고 천사의 날개를 달고 부항댐 호수 위를 날고 싶어도 부력은 생기지 않고 다만 흥이 올라 어깨만 으쓱거릴 뿐 더보기
축구와 밸런스 요즘 23세 이하 아시아축구경기를 관람하며 즐겁다 관중의 수준만큼 경기는 볼만한 가치가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이기기를 바라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때로는 우리가 져도, 특정한 나라의 스타 선수를 좋아하며 즐길 수도 있고 축구 신흥국을 응원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축구 경기를 보다가 한 해설자의 무게 중심이 낮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섬광처럼 스쳐가는 이미지 한 컷이 떠오른다 오랜 예전에 선배 축구 선수가 혼자서 드리블이나 페인팅 같은 연습을 할 때 엉덩이가 지면에 닿을 것 같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있었다 축구는 정당한 몸싸움을 인정한다 바디 체크라고 해서 한 발이 지면에 닿은 상태에서 무릎 위의 상체로 상대를 막거나 밀어내는 것은 정당하다 이만큼 격렬해서 축구는 전사와 비유되기도 한다 A매치는 그래서 국가간의 전.. 더보기
목련꽃은 낙화하고 이 찬란한 봄을 나만이 소유할 수 없다며 낙화한 목련꽃 사그러지는 꽃잎 흩어지는 향기보다 아름답고 숭고한 그 의지 더보기
무릎을 어루만지며 오늘은 하체 운동을 하는 날인데 이 나이 먹도록 잘 지탱해 준 양 다리와 특히 무릎에 고마움을 전해야겠다 여러가지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신체 가동율이 높은데다 특히 무릎은 웨이트 운동으로 혹사 당했는데도 탈이 없으니 참으로 다행이고 복이다 무릎은 다리의 상하부를 연결하는 관절이 있어 전후방으로 굽힐 수 있다 차거나 걷거나 뛰거나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 관절 부위는 다리의 상하부의 두 뼈가 맞물려 유연하게 작동할 수 있게 연골이라는 조직이 있다 누구나 잘 아는 상식적인 것, 일상적인 것을 낯설게 여기고 새롭게 받아들이게 된다 지금까지 근성으로 보아 넘겼던 인체의 골격도를 신기하고 재미있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탐구하게 된다 운동 팬츠를 입고 몸을 가급적 노출시켜서 자극하는 신체 부위의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 더보기
쥐 덫에 갇힌 곤줄박이 쥐잡는 틀에 갇힌 것이 쥐새끼인줄 알았는데 곤줄박이 녀석이다 재수없게 함정에 빠진 것이다 공이에 매달린 고구마 조각과 바닥에 유인물로 멸치 몇 마리를 먹으러 왔다가 공이를 건드려 철컥 문이 닫힌 것이다 쥐틀 안에 넣어둔 미끼들이 그대로 인 것을 보면 극심한 스트레스로 식욕이 뚝 끊긴 것이다 문을 열어주며 나야 씩 한 번 웃고 말지만 녀석으로서는 아찔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것이다 혼비백산하듯이 함정을 빠져 나가고 자유의 창공으로 날개짓을 한다 새가 날아간 창공을 바라보니 언뜻 스쳐가는 생각이 한 올 있다 내가 큰 함정에 갇힌 것이다 달콤한 욕망의 미끼가 달린 덫이다 자식이라는 함정, 남을 가르치려고 하고, 남이 나를 대접하기를 바라고, 자아도취의 나르시즘에 빠져 있고, 편협한 진영에 갇히고, 고약한 습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