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썸네일형 리스트형 바위가 피운 꽃 연일 이어지는 장마철 햇빛이 비켜가는 음습한 자리뿌리도 발도 없이 눌러앉은 바위 제 곁에 노각도 철쭉도 꽃을 피우는데의지할 곳 없는 신세 타령은 바위의 체면 구기는 일이라 입 꾹 닫고 있는데 온 몸이 퉁퉁 불어나도록 젖으며바람에 실려가는 흙 먼지를 차곡차곡 품어 안는 건꽃을 피우고 싶다는 속내라며내가 님의 꽃이 되리다헛다리로 서서라도머금은 물기에 몸을 적시며 온 몸으로 꽃이 되어드리리다 더보기 느림과 오램 안에서 성장하는 존재 예전에 기억 하나를 회고해 보면 어머니는 된장을 약한 불에 오래 달였다문명화된 가스렌지로 편리하게 불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재래식 아궁이에서 잔불을 만들고 매퀴한 연기를 맡으며 그 위에 냄비를 올려놓았던 기억이 난다 많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냄비가 달아오르며 은은한 된장향을 풍겼다반세기가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일화 하나다 이건 삶의 이야기라 오랜 시간이 흘러도 기억 속에서 살아나는 것이다 존재는 느림과 오램 안에서 성장한다는 한병철의 말은 복음처럼 다가온다요즘의 사회는 디지털과 정보가 넘쳐난다 어머니처럼 된장을 끓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어디에 있는 어느 식당의 된장찌개 정보를 쉽게 입수하고 맛을 후기로 남기기도 한다 현재성에 머무르는 정보는 오랜 시간 기억되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정보는 시간을 .. 더보기 정치판과 바둑판 바둑 관전을 좋아하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정치적인 시사에 휩쓸리다 보면 진영에 속하게 되고 자연적으로 증오와 투쟁이 몸에 배게 된다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선동에 포로가 되어 판단력을 잃고 진영에 동원된다현란한 말솜씨로 선동과 허위를 일삼는 스피커들의 좀비가 된다현재 우리의 정치판이 이끌어가는 선동과 허위의 수준은 너무나 극단적이고 저질이어서 많은 시민들이 탈영토화, 탈코드화를 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치열하다는 점에서 바둑과 정치는 공통적인 특성이다 이기고 지는 승부의 세계는 양자의 생사를 갈라 놓는다바둑판의 승패는 누구나 승복할 수 밖에 없는 명쾌한 구조다그러나 정치판은 복잡다단한 구조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사법적 판단마저도 이현령비현령이 되어 정의의 여신은 실종되고 없다AI가 역할을 대신하는.. 더보기 바둑판의 AI와 인간 세계 최고의 전사들이 최종적인 승부를 겨룬다해설가가 바둑의 진행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그런데 이 해설가는 해설의 보조자일 뿐이다 진짜 해설가는 한 수 한 수가 놓일 때마다 가장 최선의 수를 제시한다이라며 정답을 바둑판에 표시한다 그 뿐만 아니라 차선, 차차선의 수까지 제시하며 매 경우마다 예상되는 최선의 수순을 수십 수까지 제시하고 각각의 승률을 순식간에 계산해 낸다정답을 찾기 위해 가상의 공간에서 수많은 경우를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한 순간에 이루어진다완벽에 가까운 수읽기, 정확하고 빠른 계산력, 흔들리지 않는 멘탈 등은 고도로 발달된 기억력과 실수가 없는 기계적인 능력이다그리고 인공 지능의 위대함은 자기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무한대에 가까운 자료를 분석하여 스스로 학습하여 .. 더보기 담담함의 지혜 젊은 시절에는 뜨거웠지만이제는 담담해지면 좋겠다담담함은 불과 물이 이상적으로 조화된 상태다 의 한자어 짜임이 재미있다불이 타오르는데 물을 끼얹는 의미다물은 차분히 아래로 가라앉고 불은 뜨겁게 위로 치솟는다주니어들은 열정적이고 행동적이라 불에 가깝다불처럼 기질적으로 급하고 거친 사람은 제어하는 능력이 부족하여 화를 잘 내고 결국은 화를 초래한다시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평온하다 이런 담담함은 화를 억누르고 가라앉히는 자기 제어가 따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온갖 세상 풍파를 겪다 보면 순간의 실수가 초래하는 수많은불상사들을 직간접으로 겪게 되어 자중(自重)하는 지혜가 생기기도 한다담담하기를 바라는 또 다른 차원은 사사롭지 않고 보다 객관적이고 포용적인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치열하게 문제에 접근하고분.. 더보기 뻐꾸기의 전언 뻐꾸기가 이 골짜기에서 울고, 웃고, 노래하고, 외치는 아침이다울음소리로만 알았는데 좀 더 이런저런 연유나 사정을 듣고 친해지다 보니 여러 의미가 뒤섞여 있다그러나 내가 해독할 수 있는 음성은 고작 몇 개 밖에 되지 못하니 여전히 호기심과 의문으로 대한다 뻐꾸기의 우렁차고 아름다우며 특이한 소리에 배어나오는 의미를 상상해 본다우리의 영토는 동료의 소리가 들리는 범위까지란다영토를 이탈하는 것은 죽음이나 마찬가지란다우리는 기나긴 여행을 하며 생을 보내는 운명을 지니고 있단다 우리를 낳고 기른 부모와 그들의 부모와 또 그들의 부모들처럼.......공중에도 길이 있단다 그 길은 우리 종족들을 존재하게 하는 하늘의 뜻이지 그 뜻을 따라 헤아릴 수도 없는 세월을 거치면서 선조들이 개척한 우리 뻐꾸기의 길이 있.. 더보기 작약과 부포놀음 눈부신 오월!작약이 활짝 꽃을 피운다피어나기 전에는 수줍은듯 돌돌 말고 때를 기다리더니 드디어 개막을 한다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볕살에 이 화려한 꽃이 농염한 자태를 드러낸다연정을 불러일으키는 분홍저고리를 바깥에 두르고 연미색 속곳은 여러 겹을 껴 입어 풍성하고 화려하다절세 가인의 속곳은 마치 무희의 춤사위처럼 아름다운 선으로 신비감을 주는구나삶의 기쁨과 환희가 샘물처럼 솟아나는듯 하구나화왕이라는 칭송을 받은 모란 못지 않게 작약 또한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구나바라보는 것만으로 얼굴에 기쁨이 솟아나며 세상 근심을 잊는다 작약꽃을 보면서 지난 번에는 상여꽃을 연상했었는데 오늘은 농악의 상모 장식품인 부포가 연상된다백로 깃털로 모란꽃 모양으로 만든 부포가 쇠잡이 상모 위에서 돌아가며 꽃이 펼치고 접으며 .. 더보기 월류봉에서 얼마 전에 황간에 사는 친구의 초청으로 월류봉을 다녀온다달이 머무는 산봉우리라는 월류봉에 담긴 선인들의 풍류와 멋을 음미해 본다월류봉은 석자로 지은 한시 한 귀절이다선인들은 월류봉이라고 명명한 까닭을 내 나름대로 음미해 본다월류봉과 그 아래 정자는 천지인의 조화로 만들어진 명승이다하늘은 달을 띄우고 땅은 산봉우리를 솟게 하고 강을 흐르게 하고 사람은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기니 삼위일체의 풍경이다밤하늘에 뜨서 지상을 은은하게 비추는 달은 우주가 지상으로 파견한 빛의 상징이다빛은 우주 만물을 드러나게 하는 근원이다빛이 있음으로 만물은 제 형상을 드러낸다 또한 빛은 만물을 낳고 기르는 우주의 젖이다그런 빛에는 음양의 양면성이 있으니 낮의 태양과 밤의 달이다 낮의 태양은 뜨겁고 환하며 찬란하다 밤의 달은 어둡고.. 더보기 이전 1 2 3 4 ··· 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