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청에 민원을 제기한다.
마을 앞쪽 냇가의 하천부지를 인근 경작지 소유주가 펜스를 치고 간단한 시설을 설치하여
사유화하고 있어 원상 회복 조치를 하라는 요구인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나 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간을
나만 이용하고자 하는 이기심과 탐욕이 생생히 드러난다.
게다가 하천 부지는 국가의 소유라 개인이 점유하지 못한다는
최소한의 법 상식마저 무시하려 드는 무지를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민주시민의 도리가 아니다.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고발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고발한다는 것 자체를 마치 아이가 어른에게 일러바치는 일쯤으로 여겨 피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고발을 하는 일은 여러 절차를 거쳐야하는 만큼 귀찮기도 할 뿐 아니라
그 성과가 나에게만 돌아오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소극적이어서 남이 해주기를 바라는 일이 허다하다.
수고는 남에게 미루고 열매는 같이 공유하자는 속셈인 것이다
오랜 유교적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도 시민사회의 윤리를 체득하는데 적잖이 방해가 되었다.
기존의 체제를 묵묵히 수용하는 것이 덕이라 여겨서는 안된다.
민주 사회는 어디까지나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다.
사회의 공공의 선을 위해서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사회에서는 시민들의 역할이 막중하다.
시민들은 교양과 지식을 갖추고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의지를 가진 세력들이다.
그들은 때로는 정부에 대해서까지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한다.
다음 날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제기한 민원의 정당함에 대해서 언급해 주는 예의까지 보이면서 관련된 사람과 전화를 해서
언제까지 모든 시설물을 철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전해준다.
우리나라는 정말 좋은 나라다.
우리는 어떤 선진국보다 이런 행정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과 의지가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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