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 딴다.
누군가 오래 전에 심어놓은 나무에 달린 황적의 열매를 맺게 한 것은
오로지 자연의 힘이다.
햇볕이 내리 쬐이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밤이슬이 내린 일들이
무의미한 일들이 아니었음을 감을 보고서야 깨닫는다.
높다란 가지에 매달린 감을 장대로 딴다.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고, 시선을 고정 시키고 온 마음을 집중한 채로 장대를 올린다.
닿을락말락......
발돋움 끝에 툭 꺾여 감 한 두 개가 무사히 착지를 한다.
장대는 순간 마이더스의 손이 된다.
마치 우주의 무게로 얹혀지는 장대 끝에서 회심의 미소가 배어 나온다
높은 곳에 매달린 감이 더 귀중한 법이다.
그만큼 공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유를 확장해 보면 세상의 일이 감을 따는 일과 같다.
낮은 곳에 매달린 감은 누구나 쉽게 딸 수 있기에 흔하다.
손만 뻗으면 닿는 쉬운 일은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높은 곳에 매달린 감은 아예 따기를 포기한다.
내가 못따는 감을 새들의 몫이라고 둘러대며
나는 여우처럼 능청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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