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은 팡세에서 말한다.
우리를 비참함에서 위로하는 유일한 것은 심심풀이라고 한다.
그런데 심심풀이야말로 우리의 비참함 중에서 가장 비참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한다.
왜냐하며 심심풀이는 우리가 자신을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멸망 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심풀이가 없으면 우리는 권태로워질 것이고
권태로움은 우리를 거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탐구하게 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심심풀이는 그 줄거움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경고한다.
초부들이 쉼터에서 두는 고누, 정초의 화투점이며 토정비결 보기, 아이들의 공깃돌놀이며 고무줄놀이,
스마트폰으로 하는 전자오락, 고궁 마당의 제가차기와 투호놀이, 명절의 가족화투와 윷놀이,
학창시절의 만화책, 커피숍에서 친구와의 번개팅과 커피향........
심심풀이는 삶의 무료함을 달래고 재미를 준다.
삶의 과정에서 오는 심신의 고단함을 풀고 긴장감을 해소하는 안식이요 해방이다.
기계는 합목적적 생산을 위해 풀가동할 수 있지만 사람은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휴식과 안정이 필요하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활동과 휴식의 반복이다.
그래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잠을 자며 휴식을 한다.
생존을 위한 본업이 있는가 하면 놀고 쉬는 부수적인 일도 있다.
승려가 늘 불경을 공부하고 불전에서 기도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차를 마시고 때로는 꽃을 기르고 먼 하늘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기도 한다.
그것은 팍팍한 삶에 대한 위로와 보상의 선물이다.
심심풀이는 더 큰 목적을 위한 종속된 재미다.
그 자체로의 가치보다는 다른 가치를 위해 봉사하는 가치다.
심심풀이가 주업이 되면 곤란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심심풀이에는 함정이 있고 인간은 곧잘 그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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