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욕망의 성이다
휘황찬란한 불빛, 시끌벅적하거나 감미로운 음악, 무수한 상품이 유혹하는
산업자본주의가 활개치는 거대한 시장이다
행복에도 선택의 고민이 따르는지......
한 끼의 외식 메뉴를 선택하기 위해 여러 정보를 검색하거나
소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현장 조사를 한다.
치열한 경쟁의 거리에 버젓한 식당마다 비법 한 가지는 있는 법
20여 개가 넘는 접시로 승부를 걸거나
다른데서 맛보기 어렵다는 별미가 놓이거나,
무한 리필이라는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공략하거나
우아한 그릇, 품격있는 분위기로 유혹을 한다
가래올 한적한 마을,
출,퇴근 시간도 없고 무료한 가로등이 깜박깜박 조는 이 마을에는
반찬 한 가지만으로도 족하다.
몇 톨의 씨앗이 떡잎으로 발아하는 순간에 내가 지켜보고
어린 무의 성장을 도운 부엽토를 채취하던 내 땀이며
양념에 절여지며 맛을 내는 발효의 과정에 담긴 대자연의 이치는
많은 과정을 통한 교감과 소통의 산물이다.
서로를 소외 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랴.
시장이 반찬이라고 옛 어른들이 이르던 말에 담긴 의미가 깊어진다.
소박하고 절제된 생활에는 선택의 고민도 없다.
타인의 손길과 땀이 배지 않은 내 생으로 낸 유일한 맛
한 가지 반찬이지만 채소의 전 생애가 담겨 있다.
무엇과도 교환될 수 없어 꼭꼭 씹으며 음미한다.
한 가지 반찬이지만 족하고 또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