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些少)하거나 소소한 일상은 대체로 경시하기 쉽다.
보다 중차대한 일을 위한 수단이나 도구, 과정 정도로 치부한다.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은 수많은 여러 화장품과 잔손질로 피부를 매만지는 정성의 결과다.
챔피언의 환호와 영광은 짧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숱한 눈물과 좌절로 점철되어 있다.
수확의 기쁨은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농약을 치며 가꾸는 숱한 노력들의 결실이다.
거실에 난롯불을 피우고 불꽃을 바라보며 온기를 즐기는 일도 마찬가지다.
난롯불을 피우기 위해 불쏘시개를 준비한다.
바로 옆 언덕에서 참나무 마른 가지들을 끌고 내려와 한두 뼘 길이로 부러뜨린다.
가지 끝이 잘디잔 가지는 맨 손으로, 좀 더 굵은 가지는 가운데를 무릎에 대고 양쪽에 힘을 주어 부러뜨리고
더 굵은 가지는 손톱으로 자른다.
많이도 말랐구나!
잘 부러진다는 것은 물이 마르고 숨 쉬지 않는 까닭이지.
역시 물과 불은 상극이로구나.
살아있을 때는 네 몸에 흐르던 물길이 막히고
이제 그 남은 물기마저 무심한 볕에 마르며 야위어졌구나.
푸른 시절의 추억은 바람결에 흐트러져 날리며
네 몸에서는 바스락 거리는 마지막 신음이 들린다.
나는 제 혼자 있는 줄도 모르고 놀이에 몰두한 아이처럼 상상한다.
재미는 그 자체가 목적이란 것을 터득한 소년처럼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는 일이 딱지를 치거나 자치기하는 일처럼 즐겁다.
몸집이 작아서 화력이야 보잘 것 없겠지만 다 쓸모가 있는 법이지.
큰 돌들이 흔들리지 않게 틈새를 메우는 끼움돌이 쓸모 있는 것처럼......
이 작은 육신이 뜨거운 불길에 활활 타오르며 한 줌의 재로 돌아가는
장면은 얼마나 화려하고 멋진 일인지를 ......
나는 놀이에 열중한 아이처럼 중얼거린다.
밥 먹여주는 일에만 몰두하는 어른들은 놀이의 즐거움을 잊어버리곤 하지.
놀이에는 사소하다거나 크거나 중요한 일 따위는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곤 하지.
옳아! 오늘 일기에는 이렇게 써야겠구나.
사소한 일상도 내 삶의 소중한 부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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