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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바람 부는 날

나는 바람 부는 날을 좋아한다

바람은 나를 흔들기 때문이다

닫힌 창문을 흔들고

방 속의 정적을 깨트리고

닫힌 사유의 문을 노크하고

나를 감싼 두꺼운 껍질을 깬다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지뢰를 묻은 땅을 밟지 않고

촘촘하게 쳐놓은 거미줄 사이를 유유히 빠져나와

무한한 자유와 충동으로

발없이 질주하고 창공을 날아가고 싶어

 

이 변신의 귀재를 감히 추적하겠다구

바람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구

어디 날 찾아보라지 어리석은 이여!

 

차라리 나처럼 바람이 되어봐

은밀한 바람은 결코 몰려다니지 않지

바람은 홀로 다니지

가끔은 바람이 되어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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