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앞 좌석이 비어 있으면 주세요」
라며 운좋게 얻어낸 차표 덕분에 제일 앞에 앉아 툭 트인 전망을 한껏 누린다
버스 회사가 고객에 베푸는 서비스로 두 사람이 앉는 좌석을 혼자 앉을 수 있게 발권을 해주니 나는 왕처럼 호사를 누린다
버스는 달린다
어린애처럼 달콤한 환상에 젖으면 축지법은 허구가 아닌 생생한 현실이다
내 목적지가 시속 100km 로 당겨지다가 한 순간에 뒤로 사라지는 마법이 연출되는 느낌은 상상하는 자의 몫이다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천진난만한 상상으로 버스를 타면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버스는 천리마가 되어 콧김을 내뿜으며 아스팔트 도로를 달려간다
소탈한 마음으로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행복은 도처에 보물처럼 숨어있다
자가용이 아니면 멀리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습성의 편협함을 벗어나니 더 큰 자유를 얻게 되는구나
발상의 전환은 여유로운 자유인에게 주어지는 보너스인 셈이다
시간의 굴레에 스스로 갇혀서 바쁘게 살았던 젊은 날에서 몇걸음 벗어나니 이리도 여유롭구나
버스를 타면 나는 차량과 분리된 자유로운 단독자가 된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므로 달려가야 하는 목적과 긴장에서 해방된다
좁은 공간이지만 여유롭게 잠을 청할 수 있고 차창으로 다가오는 풍경에 몰입할 수도 있다
독서를 하거나 메모장에 순간순간 떠오르는 착상을 적을 수도 있다
노련한 마부 하나를 부릴 수 있는 호사를 누리는 것이다
버스를 타려면 부담해야 하는 의무도 있는 법이다
언제든 어디건 어떻게든 갈 수 있는 개인적 자유를 조금은 유보해야 하는 법이다
그리고 공적 시간에 적응해야 한다 이것은 약간의 긴장과 구속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런 작은 불편은 더 큰 유익함을 위한 수고와 불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