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자란 나무 숲은 연에게는 지뢰밭이나 다름 없다
연 하나가 우듬지에 걸려있다
다리를 펄럭이며 늠름한 기상으로 창공을 비상하며 유희하던 연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연줄이 가지에 걸려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소년들이 연날리기를 좋아하는 까닭은 상승의 욕구를 대리 충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얼레를 돌돌 말았다 풀었다 하며 연을 조종하던 소년은
더 높이, 더 멀리라는 영웅을 꿈꾸다가 연줄이 끊어지는 좌절을 겪었을 것이다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되던 연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울먹이며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체험하었으리라